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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와의 관계를 피어나게 하는 태도는?

by 최환규

인간관계는 마치 겹겹이 쌓인 마음의 지층과 같다. 표면적인 교류 아래에는 각자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복잡한 감정들이 층을 이루고 있다. 이 깊은 곳까지 서로의 마음이 닿아 진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말과 생각을 온전히 수용하는 태도’이다. 이런 태도는 단순히 상대의 말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의 마음속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이런 마음가짐이 상대와의 관계를 풍요롭게 하는 가장 값진 선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대를 온전히 수용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마음가짐에서 시작될 수 있다.


첫째, ‘판단 유보의 개방적인 마음’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너무나 쉽게 다른 사람의 말에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투영하여 판단하거나 평가하려 든다. ‘그건 틀렸어’, ‘내 생각엔 저건 잘못이야’와 같은 자신만의 잣대를 내려놓아야 한다. 상대의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혹은 자기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저 사람 말을 들을 가치가 없어’와 같이 미리 결론짓는 습관에서 벗어나 일단 그들의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사고 틀을 고집하지 않고 ‘저 사람은 왜 그렇게 생각할까?’라는 질문과 함께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려는 의지가 개방적인 마음의 핵심이다.


둘째, ‘진심으로 공감하려는 경청’이 뒤따라야 한다. 경청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경청을 위해서는 상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감정, 그 이면에 숨겨진 의도와 메시지까지 헤아리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의 말을 자르거나, 상대가 말하는데도 자기 의견을 말할 준비를 하거나, 조언을 하려는 충동을 억누르고 오롯이 상대에게 집중해야 한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마주치는 비언어적 표현은 물론 때로는 상대의 말을 요약하여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깊은 공감을 드러내는 강력한 방법이다. 이런 태도는 상대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시도이다.


셋째,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고유한 삶의 맥락 속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상대가 왜 그런 감정을 느끼고, 그런 주장을 하는지 그들의 경험, 가치관, 현재 처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해하려 노력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나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자기중심적인 비교나 평가를 멈추고, ‘그 사람은 그런 경험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고 상대의 세계관으로 발을 들여놓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상대를 ‘온전히 수용하는 태도’는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첫째,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유대감을 강하게 만든다. 사람은 자신의 말과 생각이 어떤 판단 없이 온전히 받아들여진다고 느낄 때 안도감과 함께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경험’을 한다. ‘이 사람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구나’라는 확신은 인간관계의 가장 견고한 토대인 신뢰를 구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뢰는 상대가 자신의 취약한 부분이나 속 깊은 고민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을 용기를 주며, 피상적인 교류를 넘어선 진정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한다.


둘째, 오해와 갈등을 현저히 감소시키고 건설적인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는 상대의 말이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데서 비롯된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온전히 수용하려는 태도는 메시지의 왜곡을 방지하고, 갈등이 발생했을 때도 감정적인 대립을 피하며 상대의 관점을 이해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여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상대의 자존감을 높이고 긍정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와 의견이 가치 있게 받아들여진다고 느낄 때 깊은 내적 만족감과 함께 자존감이 향상된다. 이런 긍정적인 경험은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삶에 임하게 하며, 관계와 공동체에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만드는 동기를 부여한다. 이런 결과는 직장에서는 물론 어떤 관계에서든 상대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강력한 힘이 된다.


궁극적으로 ‘온전히 수용하는 태도’는 개인적인 성장과 넓은 시야를 선사한다. 타인의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흡수하는 과정은 자신의 편협한 사고방식을 깨고 세상을 더 넓게 이해하게 한다. 새로운 정보와 지혜를 얻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추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능력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리더가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이기도 하다.


이처럼 ‘온전히 수용함’이라는 태도는 마치 관계의 씨앗을 품어 건강하게 싹 틔우고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는 비옥한 토양과 같다. 이런 태도는 상대에게는 자신을 안전하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자신에게는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을 통한 깊은 만족과 성장을 제공한다. 단순히 듣는 행위를 넘어 마음을 열고, 공감하며, 상대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이 아름다운 태도야말로 인간관계를 꽃피우고, 삶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지혜이자 변치 않는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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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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