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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는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의 축이다

by 최환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사람은 매일 수많은 사람과 스치고, 어제는 몰랐던 이와 깊은 인연을 맺기도 한다. 사람이 경험하는 관계의 시작과 끝, 깊이와 폭을 규정하는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이 바로 ‘이해관계’이다. 흔히 ‘이해관계’라 하면 물질적 이득이나 손해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는 훨씬 더 광범위하고 미묘하며, 인간의 모든 유무형의 욕구와 가치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개념이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작용하는 이해관계는 크게 다섯 가지 차원으로 확장하여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물질적·경제적 이해관계이다. 물질적·경제적 이해관계는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관계이다. 돈, 자산, 자원, 노동력 교환과 같이 눈에 보이는 가치를 주고받는 관계를 의미한다. 직장에서의 급여 생활, 상거래를 통한 물품 획득 등이 이에 해당한다. 거의 모든 사람은 물질적·경제적 이해관계가 충족될 때 특정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한다.

둘째, 업무적·직업적 이해관계이다. 직장 관계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로 프로젝트 성공, 업무 효율 증대, 정보나 노하우 교환, 경력 발전 등 직업적 성장을 위한 상호 협력을 포함한다. 동료와 협업하여 업무를 완수하거나, 멘토에게 조언을 얻어 역량을 향상하는 모든 과정이 업무적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도 이해관계는 존재한다. 상사는 조직의 목표 달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상사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부하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시켜 주어진 업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팀의 성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실현된다. 이런 이유로 상사의 가장 근본적인 이해관계는 ‘부하의 업무적 기여를 통해 팀 및 조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부하의 성과가 곧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하고, 승진, 평가 등 개인적인 경력 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부하의 일차적인 이해관계는 ‘자신의 업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급여, 인정, 평가 등 성과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사의 명확한 지시와 업무 배분 그리고 필요한 자원 및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부하는 상사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과 격려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는 ‘정서적 이해관계’로 상사의 신뢰와 지지는 부하의 자존감을 높이고 동기를 부여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 또한, 상사에게서 업무 노하우나 경험을 얻어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성장 기회를 얻으려는 ‘정보적·직업적 이해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부하는 상사와의 원활한 관계를 통해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근무 환경 속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펼치고 싶어 한다.


이처럼 상사와 부하 사이에는 표면적인 위계질서 아래에 복잡한 이해관계들이 상호작용하며 얽혀 있다. 이런 이해관계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해관계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때 갈등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갈등과 스트레스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의 이해관계 파악이 중요하다.

셋째, 인간관계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정서적·심리적 이해관계이다. 사랑, 우정, 애정, 공감, 지지, 위로, 안정감, 소속감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자기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위로를 받거나, 슬픔을 나누며 공감하는 경험은 깊은 만족감과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다른 사람에게 존재 자체를 인정받고 존중받을 때 자존감은 건강하게 자라나기 때문이다.

넷째, 사회적·지위적 이해관계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집단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 명예, 평판, 영향력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특정 단체에 소속되어 얻는 안정감, 리더로서의 역할 수행을 통해 느끼는 성취감, 사회적 기여를 통해 얻는 보람 등이 이러한 이해관계에 속한다. 이런 결과는 개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맺는 다양한 관계의 동기가 된다.


다섯째, 정보적·지적 이해관계이다. 지식의 탐구와 배움에 대한 갈증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중 하나이다. 새로운 지식의 습득, 아이디어 교환, 토론을 통한 관점의 확장, 문제 해결을 위한 통찰력 공유 등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이해관계이다. 스터디 그룹이나 학술 모임이 활성화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는 물질적, 업무적인 측면뿐 아니라 정서적, 사회적, 지적인 측면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요소들로 구성된다. 이처럼 이해관계는 인간관계의 모든 측면에 깊이 관여한다. 관계의 시작은 자신의 특정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려는 욕구에서 비롯되며, 관계의 유지는 상호 간의 이해관계가 균형적으로 교환되고 충족될 때 가능하다. 또한, 관계의 깊이는 공유하는 이해관계의 종류와 그 깊이에 따라 달라지며,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결핍은 관계의 갈등과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해관계’는 단순히 계산적인 손익분기점이 아니다. 이해관계는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형태의 필요와 욕구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가치의 교환이다. 우리가 맺는 모든 인연은 이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라는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우리의 삶을 다채로운 무늬로 수놓는다. 그러므로 이해관계의 본질을 깊이 이해할 때 불필요한 오해나 실망을 줄이고, 더욱 성숙하고 지혜로운 태도로 관계를 형성하고 가꾸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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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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