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유상종: 관계의 힘인가, 독인가?

by 최환규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고 어울리려는 경향은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 중 하나이다. 유유상종과 같은 본능은 오랜 시간 동안 인류의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자신과 닮은 사람들과 함께할 때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며, 소속감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유유상종과 같은 ‘유사성 매력’은 항상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관계를 풍요롭게 만드는 동력이 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관계의 폭을 좁히고,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유유상종은 인간관계에 여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개인의 안정과 성장에 도움을 주는 강력한 사회적 자원이 된다. 유유상종의 긍정적인 영향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심리적 안정감과 소속감 증진이다.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 흥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할 때 심리적 편안함을 느낀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회식 자리에서 옆에 앉은 선배가 자신과 같은 지방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 제가 거기 살았는데…”, “그럼 그 식당 아세요? 거기 맛집이었는데…” 하며 두 사람은 이야기꽃을 피우게 된다. 사투리 억양, 특정 지역만의 문화나 음식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며 상대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고향이라는 익숙한 배경은 낯선 직장 환경 속에서 마음을 터놓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정서적 안정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학연, 혈연 그리고 지연과 같은 공통의 기반은 관계 내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상대의 행동이나 반응을 예측하기 쉽게 만들어 불안감을 줄여준다.


둘째, 상호 지지와 자존감 향상이다. 비슷한 고민이나 목표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면 서로의 노력을 이해하고 응원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특정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결정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의견을 따르는 현상인 ‘사회적 검증’을 제공하여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동기를 부여한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서 인정받을 때, 우리는 자기 확신을 얻고 더욱 자신감 있게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특정 지방에서 사용되는 ‘거시기’이다. 같은 지역 사람들은 성장 환경, 문화적 경험, 지역적 특색, 심지어는 사소한 동네 이야기나 가족 관계까지도 암묵적으로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에 대한 풍부한 배경지식은 말하는 사람이 ‘거시기’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은 현재 대화의 주제, 상황,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즉각적으로 제공한다.

이런 상황은 마치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부부가 “여보, 그거 좀 이리 줘"라고만 말해도 ‘그거’가 식탁 위 컵인지, 거실에 있는 리모컨인지 정확히 아는 것과 같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부부가 공유하는 삶의 맥락과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기 때문이다.

유사한 배경이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은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이나 의사소통 스타일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자신과 유사한 배경이나 가치관을 지닌 사람과의 소통은 오해의 소지를 줄이고, 서로의 의도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게 하여 효율적인 협력과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한다. 공유된 지식 기반과 사고방식은 복잡한 문제도 훨씬 더 빠르게 논의하고 결론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것처럼 유유상종은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분명히 존재한다. 유유상종은 집단 사고를 유발하고, 다양한 관점을 차단하여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하는 양면성을 갖는다. 유유상종은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첫째, 자신과 비슷한 의견만을 듣게 되는 ‘메아리 방’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존의 신념이나 편견이 강화되어 더욱 극단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집단 극화’가 발생하기 쉽다. 새로운 정보나 반대 의견에 대한 수용성이 낮아지고, 자신들의 사고방식만이 옳다고 여기게 되면서 현실 인식 능력이 저해될 수 있다.

특정 정치 성향을 지난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커뮤니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커뮤니티 내에서는 그 성향에 반대되는 어떠한 의견도 용납되지 않고,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회원은 즉시 비난받거나 차단당한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점점 더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이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확신하게 되고, 외부의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며 현실과 동떨어진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저해하고 사회 전반의 갈등을 깊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으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나 해결책이 획일화될 수 있다.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게 되어 새로운 관점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부족해지면서 집단이나 개인의 성장을 저해하고 급변하는 환경이나 혁신적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셋째,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에 대한 강한 소속감은 자연스럽게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성과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 ‘우리’가 아닌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생겨나고, 심한 경우 차별이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친목 동호회 안에는 특정 지역 출신 회원들끼리만 어울리며 모임 내에서 자신들만의 파벌을 형성하기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자신과 다른 지역 출신이 들어오면 신입 회원에게 모임 정보나 활동 내용을 공유하지 않는 등 암묵적으로 따돌리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로 인해 동호회 내에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새로운 회원들이 적응하지 못하고 탈퇴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동호회 본연의 목적을 잃고 폐쇄적인 집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배타성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유유상종은 인간관계의 양면에 깊이 자리 잡은 심리적 현상이다. 자신과 닮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분명 심리적 안정감과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나의 시야를 좁히고 편견을 강화할 위험도 안고 있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유유상종의 긍정적 측면을 활용하되, 의도적으로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관계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편안함 속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익숙함을 넘어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용기. 이것이야말로 유유상종의 지혜를 넘어 유사성을 기반으로 한 깊은 유대와 다양성을 통한 확장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관계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길이 될 것이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3화이해관계는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의 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