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은 회사라는 조직 안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일하고, 소통하며, 때로는 경쟁하고 협력한다. 조직이라는 복잡한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신뢰’는 직장생활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자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리더에게 있어 신뢰는 조직원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며,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신뢰는 단순히 리더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모든 직장인이 서로를 신뢰할 때, 조직은 활력을 얻고 조직원 개인은 안정감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직장인은 모두 조직이라는 이름의 배에 함께 탄 승객이자 선원이다. 이 배가 순항하려면 리더인 선장뿐만 아니라 모든 선원, 즉 조직원 모두가 서로를 믿어야 한다.
신뢰는 협업의 엔진이다. 직장에서의 업무는 결코 혼자서 할 수 없다. 내 업무는 동료의 협조 없이는 진척될 수 없고, 팀의 성공은 조직원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조직원이 서로를 신뢰할 때 조직원은 동료를 인정하고, 협업을 요청하며, 솔직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 이처럼 신뢰는 협업이라는 엔진을 부드럽게 움직이는 윤활유와 같다.
신뢰는 심리적 안전함의 발판이다. 직장은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자신이 상사나 동료에게 솔직한 의견을 말해도 비난받지 않고, 실수를 인정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전감은 매우 중요하다. 심리적 안전감은 동료나 상사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만약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조직원은 늘 경계하고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면서 정작 써야 할 업무에 사용할 에너지가 줄어들게 되면서 업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이것이 다시 신뢰를 무너뜨리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조직원은 자신을 믿어주는 상사와 동료가 있을 때 더 큰 도전을 감수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게 된다. 신뢰는 성장의 사다리이자 새로운 기회를 여는 문이 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서로를 신뢰할 때 불필요한 의심이나 견제가 사라지면 일은 훨씬 매끄럽게 흘러간다. 조직원은 ‘과연 저 팀이 약속한 자료를 제때 줄까?’, ‘내 보고서를 상사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와 같은 염려가 줄어들 때 오롯이 업무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조직 분위기는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를 줄여주고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다.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예측 불가능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조직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리더와 구성원 간의 굳건한 신뢰가 필요하다. 리더와 조직원이 서로를 신뢰할 때,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함께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신뢰를 쌓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신뢰는 중요하지만, 신뢰를 쌓는 과정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조직원 각자의 경험과 직장의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여러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첫째,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예전에 새로 부임한 상사에게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지만, 되돌아온 것은 현실성 부족이라는 차가운 평가와 함께 자신의 아이디어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포장되어 발표되는 배신감을 경험했다’. 이런 종류의 개인적인 아픈 경험은 조직원의 마음속에 깊은 불신의 벽을 쌓게 한다. 한번 깨진 신뢰는 회복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왜냐하면 아픈 경험을 한 사람은 다시 같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자기 방어 본능을 발동시키기 때문이다.
둘째, 불투명한 처리 과정 때문이다. 직장인은 조직의 중요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을 때 불안감을 느낀다. ‘왜 저렇게 결정했을까?’, ‘나에게 뭔가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닐까?’와 같은 의심은 리더나 동료에 대한 신뢰를 사라지게 한다. 여기에 더해 직장인은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더 작은 정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불신이 싹트기 쉽다.
셋째, 일관성의 부재 때문이다. 상사가 어제는 “직원들의 복지가 최우선”이라고 말했지만, 오늘은 무작정 야근을 강요하거나 인원 감축을 단행한다면 직장인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직장인은 리더나 동료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을 때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상사나 동료에 대한 의심은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길이다. ‘말만 앞세우는 행동’은 관계의 깊이를 얕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넷째, 과도한 경쟁 때문이다. 직장에서 동료를 협력의 대상이 아닌 경쟁 상대로 인식해야 할 때가 있다. 성과 경쟁이 과열되거나, 파벌주의가 팽배한 조직에서는 서로를 의심하고 견제하게 된다. ‘내 편’과 ‘네 편’을 나누는 과정에서 신뢰는 쉽게 허물어진다. 이런 조직에서는 상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대를 먼저 공격하기도 한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신뢰를 쌓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모든 직장인은 직장 생활과 개인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어렵고 힘든 과정에 도전해야 한다.
첫째, 내가 먼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작은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키고,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소한 일이라도 투명하고 솔직하게 행동하고, 실수했을 때는 회피하지 않고 인정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때 동료들은 나의 진정성을 느끼고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둘째, 소통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오해가 쌓이기 전에 먼저 소통해야 한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질문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자신의 의도를 상대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그들의 감정과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노력할 때 서로의 심리적 벽을 허물 수 있다. 침묵은 신뢰를 갉아먹는 가장 흔한 요인이다.
셋째, 공통의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개인의 이익보다 함께 이룰 수 있는 공동의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작은 협력이라도 성공적인 경험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서로 돕고, 서로의 성공을 함께 축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신뢰의 경험을 쌓아간다. 긍정적 경험이 쌓일수록 불신의 기억은 서서히 희석된다.
넷째, 미래로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때로는 과거의 상처나 실수에 매몰되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도 있다. 상대의 실수나 상대가 나에게 주었던 상처를 용서하고, 관용을 베풀 줄 아는 마음도 필요하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상대의 인간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다시 신뢰할 기회를 주었을 때 비로소 관계는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다.
신뢰를 쌓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신뢰를 위한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직장 생활은 훨씬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 상대를 믿는다는 것은 나의 부족함을 동료가 채워줄 것이라는 확신이자 내가 넘어졌을 때 기꺼이 손을 내밀어줄 것이라는 믿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