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은 유명한 정치인이나 성공한 경영자의 경험, 심리학 이론, 조직 관리 기법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귀중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런 책들은 리더십에 대한 지식 기반을 확장하고 개념적인 이해를 돕는 데 분명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리더십 관련 책을 읽는 것만으로 탁월한 리더가 되기 어렵거나 심한 경우 도움이 되기는커녕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그 이유는 리더십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경험적 지혜’와 ‘관계적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요리 레시피’ 일 수는 있지만, 그 레시피대로 맛있게 요리하는 것은 오롯이 요리사의 손맛과 경험에 달린 것과 같기 때문이다. 책으로 배운 리더십을 적용하는 데 어려운 이유는 몇 가지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론과 현실의 차이 때문이다. 리더십 책은 특정 성공 사례나 일반적인 원칙을 제시한다. 하지만 현실의 조직은 무수히 많은 변수로 이루어진 복잡계이다. ‘책에 나오는 상황’과 ‘내가 처한 현실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책의 내용이 무용지물이 된다.
많은 리더십 책에 ‘조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여 주인의식을 심어주라’라는 원칙이 있다.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은 ‘최 팀장’은 권한위임을 활용하겠다고 결심하고 곧바로 팀원들에게 모든 업무에서 큰 그림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지시는 줄였다. 하지만 최 팀장이 구체적인 지시를 줄이자 팀원들은 오히려 혼란스러워했고, 업무 마감 기한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최 팀장은 책의 내용대로 권한위임을 적용하면서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는 교훈을 얻었다.
최 팀장은 리더십 책을 읽으면서 ‘권한위임’이라는 단편적인 내용만 받아들였다. 책에서는 ‘조직원의 성장 단계에 따른 위임 방식 조절’, ‘중간 과정의 코칭과 피드백’, ‘실패 시 리더의 역할’ 등 권한위임을 둘러싼 복합적인 상황 판단과 기술을 세세하게 알려주기 어렵다. 설사 알려줄 수 있더라도 최 팀장이 맞닥뜨릴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책에서 설명하지 못한 빈 곳을 최 팀장 스스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책을 열심히 여러 권을 읽는다 하더라도 모든 상황에 대응하기란 어렵다.
최 팀장의 사례처럼 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알려준다. 하지만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맥락적이고 입체적인 판단력은 오직 경험과 성찰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책으로만 익힌 지식을 현장에 그대로 활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둘째, ‘기술’이 아닌 ‘진정성’과 ‘관계’의 문제 때문이다. 리더십은 인간관계의 본질인 ‘진정성’과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그런데 책에서 배운 내용을 ‘조직원을 움직이는 기술’로만 접근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커질 수 있다.
리더십 책에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칭찬을 아끼지 마라’라고 쓰여 있었다. 평소 칭찬에 인색했던 ‘최 부장’은 책을 읽은 다음부터 의도적으로 조직원들에게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직원들은 최 부장의 칭찬에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면서 ‘무슨 꿍꿍이가 있나?’ 하고 의심하는 반응까지 보였다.
최 부장의 칭찬이 실패한 원인은 진정성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조직원들은 최 부장의 칭찬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 책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계산된 행동’ 임을 직감했다. ‘칭찬’이라는 기술을 배웠을지는 몰라도 그 칭찬을 진심으로 만들 수 있는 ‘존중’과 ‘관심’이라는 더 깊은 관계적 요소를 간과한 것이다.
진정성 없는 칭찬은 오히려 위선으로 받아들여져 리더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고 관계를 파괴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책 내용대로 따라 하는 리더는 자신이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상대는 그 진실을 이미 꿰뚫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자기 성찰’과 ‘자기 이해’ 부족 때문이다. 리더십은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셀프 리더십’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리더십을 배울 때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 가치관 그리고 행동 양식에 대한 깊이 있는 자기 성찰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라는 책의 구절에 매료된 ‘최 차장’은 평소 온화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강하고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목소리를 크게 내고, 단호한 어조를 사용하는 등 책에서 묘사된 카리스마 있는 리더의 모습을 따라 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같았고, 팀원들은 최 차장의 어색한 모습에 불편함과 위화감을 느꼈다. 시간이 흐를수록 팀원들은 최 차장으로부터 에너지를 받기보다는 어색함만을 느끼게 되었다.
최 차장은 자신의 ‘고유한 리더십 스타일’을 찾고, 자신의 성격적 강점을 활용할 방법에 대한 성찰 없이 책에 제시된 특정 리더의 페르소나를 흉내 내려고만 했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듯이 자신의 강점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리더십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책은 일반적인 가이드를 제공할 뿐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독자에게 줄 수 없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적합한 리더십은 오직 깊이 있는 자기 성찰과 경험을 통해 찾을 수 있다.
리더십 책은 훌륭한 ‘지도의 한 조각’ 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여행 그 자체’는 아니다. 책은 리더십에 대한 이론적 기반과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지만, 실제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복잡한 현실 속에서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며 얻는 지혜와 통찰의 과정이다.
리더는 책의 내용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조직 상황과 구성원의 특성 그리고 자신의 강점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적용하고, 끊임없이 성찰하며, 진정성 있는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책장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고 소통하며 만들어지는 살아있는 경험 속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