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조직을 이끌기 위해 필연적으로 권력을 사용하고, 사용해야 한다. 조직의 방향을 설정하고, 자원을 배분하며, 규칙을 적용하는 등의 행위 모두는 리더가 가진 정당한 권한, 즉 권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 권력이 ‘조직을 위한다’, ‘조직원들의 성장을 돕는다’, ‘효율적인 리더십 발휘를 위한다’라는 명분 아래 사용될 때조차도 그 방식과 강도에 따라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강한 약이 몸에 독이 될 수 있듯이 리더의 선한 의도에서 비롯된 권력 행사도 때로는 조직의 건강과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해치는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심리적 안전감 파괴와 자율성 침해
리더가 조직원들에게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주거나 최적의 길을 안내한다는 명목으로 지나치게 권력을 사용할 때 오히려 조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침해하고 자율성을 억압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나친 지시와 통제’ 그리고 ‘칭찬과 보상의 권력화’이다.
첫째, 지나친 지시와 통제이다. “네가 잘못할까 봐 걱정돼서 그래”,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와 같은 리더의 권한 남용은 조직원들의 미세한 행동이나 심리적인 부분까지 간섭하고 통제하려 한다. 조직원들은 사소한 의사결정조차 하지 못하고 업무의 모든 단계마다 리더에게 승인받아야 한다면 자신이 리더에게 ‘신뢰받지 못한다’라고 느끼게 된다. 이럴 때 조직원은 자신의 판단 능력에 대한 불신과 무기력감에 빠지기 쉬우며, 새로운 시도나 창의적 발상을 주저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심리적 안전감 대신 불안감이 커지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업무도 능동적인 주인의식 대신 수동적인 태도로 업무에 임하게 된다.
둘째, 칭찬과 보상의 권력화이다. 긍정적인 피드백이나 보상은 동기 부여의 강력한 도구이다. 하지만 리더가 이를 지나치게 자신의 권력으로 활용하여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는 것’으로 조직원에게 인식시킨다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칭찬이 필요한 순간에도 더 완벽한 결과를 기다리며 인색하게 굴거나, 보상의 기준이 투명하지 않고 리더의 주관에 따라 좌우될 때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조직원들은 리더의 칭찬이나 보상을 받기 위해 눈치를 보고 인상 관리에 치중하게 된다. 조직원들은 리더의 호감을 얻거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기고 리더가 원하는 이미지나 태도를 연기한다. 또한, 조직원들은 외적 보상만을 좇는 외적 동기가 내재적 동기를 잠식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해도 리더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라는 박탈감과 좌절감은 소진 증후군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으로 이어져 동기 부여를 방해한다.
불신 초래, 소통 단절과 인간관계의 파괴
리더가 모두에게 공정한 원칙을 적용한다고 주장하며 권력을 행사하더라도 특정 인물이나 상황에 따라 원칙이 미묘하게 다르게 적용될 때 조직원들은 리더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게 된다. 리더에게 더 잘 보이는 사람은 특혜를 받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이익을 받는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조직원들은 리더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느끼면서 리더를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리더의 공정함 기준이 투명하지 않다고 여겨질 때 조직원들 사에도 상호 불신이 깊어지면서 내부 갈등이 일어나기 쉽다. 내부 갈등은 조직 내 연대감과 협력을 방해하면서 조직 전체의 심리적 안전감을 사라지게 만든다. 리더가 내부 갈등 상황에서 조직의 안정이나 팀워크 유지를 위해 권력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는 갈등이 없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진정한 합의가 아닌 복종의 결과이다.
조직원들은 리더의 눈 밖에 나는 것을 두려워하여 침묵을 선택한다. 공포는 소통을 억압한다. 중요한 문제점들이 리더에게 보고되지 않고 은폐되며, 건설적인 토론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 공유는 사라진다. 비판적 사고가 사라지고 집단 사고에 빠져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위험이 커진다. 진정한 소통과 정보의 투명성은 사라지고, 위기 상황에 대한 조기 감지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조직원들은 리더의 기대에만 맞춰 가면을 쓰게 되면서 관계의 진정성은 사라진다.
리더십을 명분으로 권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리더는 결국 자기 자신의 성장마저 저해하는 부작용을 겪게 된다. 권력으로 조직원들의 다른 의견을 억압하는 리더는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진정한 피드백을 받을 기회를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자기 인식을 왜곡시키고, 내가 항상 옳다는 아집에 빠지게 되고, 겸손한 태도가 부족해져 학습과 성장을 멈추게 된다.
리더십이 권력 장악을 추구하면 조직원들 간에도 제로섬 게임식의 경쟁이 촉진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숨기거나 왜곡하며, 동료의 약점을 파고드는 등 내부 불화와 시기심이 만연해진다. 리더에게 비난을 전가하거나 희생양을 찾는 문화가 뿌리내린다.
리더에게 직접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불만이 표출되지 못하고 수면 아래에 쌓였다가 뒷담화나 불평불만의 형태로 발현된다. 이런 현상은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부정적인 에너지를 확산시켜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저해한다.
리더는 모든 것을 자신의 권력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조직원들과의 진정한 교류가 어렵게 된다. 결국, 조직원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닌 ‘나 홀로’ 이끄는 외로운 리더가 된다. 이렇게 되면 리더 개인의 심리적 불안과 고립감을 심화시키고, 리더 스스로 탈진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리더가 조직의 효율성이나 리더십의 발휘라는 명분 아래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 심리적 안전감을 파괴하고 관계의 진정성을 훼손하며 자율성을 침해한다면 조직 문화에 독으로 작용한다. 조직원들은 침묵하고, 불신하며, 수동적으로 변모하면서 독성 리더십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처럼 리더가 리더십을 위한다는 선한 의도에서 권력을 사용하더라도 그 방식과 태도에 따라 조직과 조직원들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권력은 언제나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하며, 그 목적은 항상 조직의 성장과 조직원들의 발전에 맞춰져야 한다. 리더는 권력이 주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통해 권력 행사의 올바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