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업무의 방향을 제시하고 난관을 헤쳐나가는 나침반과 같은 존재로 리더의 깊이 있는 업무 지식과 전문성은 조직들의 신뢰를 얻고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다. 그러나 종종 자신의 업무 지식이 얕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추기는커녕 오히려 과시하고 자랑하는 리더들을 목격하게 된다. 리더의 허세 가득한 행동은 부하 조직원들에게 불편함과 불신을 안겨주지만, 리더의 문제 행동 배경에는 리더 자신의 복잡한 심리적 동기와 조직의 특성이 깊이 얽혀 있다.
리더 자신의 동기
조직의 리더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원들에게 신뢰와 방향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거나 얕음(이하 얕은 지식)에도 자신을 전문가인 양 과시하고 자랑하는 리더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리더의 이런 허장성세는 조직원들에게 깊은 불신과 반감을 불러일으키지만, 리더의 입장에서 보면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자신의 존재를 방어하고 유지하려는 복합적인 심리적 동기가 깔려 있다. 리더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불안감, 자존감 문제, 인지적 편향 그리고 리더로서 해야 할 역할 압박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얕은 지식에도 불구하고 자랑하는 리더의 행동은 주로 자신의 심리적 취약성을 가리기 위한 과보상과 방어 기제의 하나로 나타난다. 리더의 내면에는 자신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대한 무의식적인 인지 또는 ‘이 직책에서는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라는 외부의 기대와 자기 압박감에서 오는 강력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리더의 불안감은 리더 자신의 낮은 자존감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내면의 의심을 외부적으로 자신감으로 가장하고 자랑이라는 형태로 표출함으로써 내면의 불안을 일시적으로 진정시키고 외부의 인정을 통해 보상받으려 한다. 이런 유형의 리더들에게 자랑은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갑옷인 셈이다. 이 갑옷은 자신이 유능하다는 허상을 만들어 주변의 평가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한다.
리더의 지식 부족이나 무능함이 탄로 날 때 리더에게 수치심을 안겨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리더의 자랑은 자신의 무능함이 조직원에게 탄로 나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 방어 행동이다. ‘나는 이미 전문가니 내 경험과 지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마라’와 같은 무언의 메시지를 통해 질문이나 비판을 차단하여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날 가능성을 회피하려는 심리이다. 기업에서 강의하는 강사 중에는 허접한 다수의 자격증이나 강의 수강 이력을 자랑하기도 하는데, 이들의 마음속에도 이런 목적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크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반대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더닝-크루거 효과’는 얕은 지식을 가진 리더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마디로 능력이 없는 리더는 자신의 무능함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무능한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무능한 리더들은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지만, 잘못된 판단이나 결론을 알아차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 결과,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환상적 우월감에 빠지게 된다.
자랑은 자신의 닫힌 사고방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얕은 지식을 가진 리더는 자신의 기존 생각이나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과 다른 의견이나 새로운 정보는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확증 편향을 보인다. 지식이 얕은 리더는 자신의 자랑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취하고 자신의 지식 부족을 드러낼 수 있는 비판적 피드백은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이런 선택적 태도는 새로운 학습과 성장을 방해하고 얕은 지식이 굳어지는 악순환을 심화시킨다.
리더라는 자리가 가진 특수한 권력 역학과 역할에 대한 압박도 자랑을 부추기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리더는 조직 내에서 유능하고 전문적인 인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을 느낀다. 자신의 지식 부족이 드러나면 권위가 실추되고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자랑은 부하들 앞에서 유능한 리더라는 인상을 유지하려는 전략적인 행동이다. 자랑은 부하의 질문이나 도전을 미리 차단하고 리더로서의 통제력을 잃지 않으려는 무의식적인 시도로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의문을 제기하지 말고 무조건 따르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권력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자랑이 잦은 리더는 자신이 성장해 온 과정에서 과시하는 리더나 강한 카리스마 리더가 성공한다는 잘못된 리더십 모델을 학습했을 수 있다. 자신이 과거에 상사에게 비난받거나 능력 부족을 지적당했을 때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자신은 ‘강한 리더’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즉, 건강한 리더십 모델을 접할 기회가 없었거나 얕은 지식을 지닌 채 독단적으로 행동했던 이전 세대의 리더들을 모방하는 것일 수도 있다.
조직 문화 요인
리더의 개인적인 심리적 동기뿐만 아니라 조직의 문화와 시스템이 얕은 지식에도 불구하고 자랑이 허용되거나 조장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매우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문화에서는 조직원들이 리더의 지식 부족을 지적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어렵다. 리더의 권위가 절대적이고 비판적인 의견이 항명으로 간주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조직원들은 침묵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이러한 조직 침묵은 리더의 지식 부족이 표면화될 기회를 차단하고 리더는 자신의 지식 부족을 자각하지 못한 채 자랑을 반복하는 데 거리낌이 없게 된다.
지나치게 결과 지향적이고 단기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조직 문화는 리더에게 성공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도록 압박한다. 이때 리더는 자신의 실제 역량보다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집착하게 되며 자랑은 이러한 외형을 가장 손쉽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적 지식뿐만 아니라 자기 성찰, 감정 관리, 소통 능력 등 복합적인 역량이다. 그러나 조직 내에서 이러한 리더십 개발에 대한 투자나 체계적인 교육이 부재할 경우 리더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고 개선하기 어렵다. 자신이 익숙하고 손쉬운 방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려 하며 얕은 지식을 과시하는 행위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상사가 얕은 지식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처럼 자랑하는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성격 문제를 넘어 내면의 불안감과 낮은 자존감을 감추기 위한 심리적 방어 기제이자 인지적 한계와 권력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리더의 여러 행동은 일시적으로 리더 자신의 불안을 가려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하 직원들의 동기를 저해하고 조직 내 신뢰와 심리적 안전감을 훼손하여 결국 조직 전체의 활력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진정한 리더십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겸손함과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열린 마음에서 비롯된다. 리더는 자랑 대신 경청을, 과시 대신 코칭과 가르침을 그리고 허세 대신 진정성을 보여줄 때 부하 직원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얻고, 조직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