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단순히 스킬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이다. 조직의 가치관과 조직원들의 행동 양식에 깊이 뿌리내려야 할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건축물이 튼튼하기 위해서는 단단하고 일관된 설계 철학이 필요하듯 조직 또한 리더십 철학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오래전부터 리더십 교육은 기업의 중요한 투자 영역이 되었다. 기업들이 리더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강사를 초빙하여 다양한 리더십 철학을 접하게 하는 것에는 분명히 긍정적인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리더십 철학의 다름’이 조율되지 않은 채 각기 다른 철학을 가진 리더십 교육이 반복될 때 혼란과 갈등 심지어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다양한 강사가 각기 다른 리더십 철학을 이야기할 때 강사의 의도와는 달리 조직 내 소통 방식에 혼란을 주고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강사마다 다른 리더십의 소통 철학을 사례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작년에 리더십 교육을 위해 초빙된 강사는 ‘수평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사는 리더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하고 경청하며 팀원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코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더가 먼저 마음을 열고 팀원의 의견에 귀 기울일 때 조직원에게는 심리적 안전감이 형성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받은 리더들은 강사의 가르침대로 회의 방식을 바꾸고, 팀원들의 자유로운 발언을 장려하며, 개개인의 의견을 꼼꼼히 듣고 피드백하는 데 주력했다. 팀원들은 이전보다 훨씬 편안하게 제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고, 일부 팀에서는 활발한 소통 덕분에 새로운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리더십 교육 강사로 초빙된 사람은 작년에 강의한 강사와 전혀 다른 메시지를 던졌다. 올해의 강사는 ‘리더는 모호한 질문 대신 명확한 지시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 비효율적인 경청과 불필요한 토론은 시간 낭비이며, 직관적인 판단으로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경쟁력을 만든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빠른 실행을 위한 리더의 강력한 의사 결정과 직관적 소통을 강조하면서 팀원들의 감정에 일일이 반응하기보다는 냉철하게 목표 달성에 집중하라고 강조했다.
다른 소통 철학이 가져온 혼란 사례들
리더들은 조직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경청과 질문으로 시작했다가도 명확한 지시로 대화를 마무리하는 등 일관성 없는 소통 방식을 보이기 시작했다. 때로는 프로젝트 초반에는 코칭을 하다가 마감일이 임박하면 지시와 통제로 돌변하기도 했다. 리더들의 모순적인 모습은 팀원들에게 리더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게 했고 리더 또한 ‘나는 대체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정체성 혼란에 시달리게 했다.
리더들의 소통 방식이 오락가락해지면서 팀원들은 심리적 안정감을 잃었다. 작년에는 ‘자유롭게 말해도 괜찮다’라고 했지만, 올해는 ‘괜히 말하다 지적만 받는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니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주저하게 된 것이다. 특히 문제가 발생했을 때 리더가 “괜찮다. 배우는 과정이다”라고 위로할지 아니면 “왜 미리 보고하지 않았느냐”라고 질책할지 알 수 없으니 조직원들은 아예 입을 닫아버리는 전략적 침묵까지도 선택했다. 중요한 정보나 문제점이 제때 공유되지 않으면서 리더의 의사 결정의 질은 떨어지고, 소통이 단절되면서 작은 문제가 큰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더 큰 문제는 부서 간 소통이었다. 일부 부서 리더들은 여전히 수평적 소통을 강조하는 반면, 다른 부서 리더들은 명확한 지시와 빠른 실행을 고수했다. 리더의 소통 방식 차이로 인해 부서 간 협업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마다 극심한 충돌이 발생했다. ‘이쪽 부서는 너무 수동적이다’, ‘저쪽 부서는 너무 일방적이다’라는 비난이 오가며 소통 장벽은 높아졌고, 부서 이기주의는 더욱더 깊어졌다. ‘어느 리더의 방식이 더 맞는가?’라는 다툼이 실제 업무 현장의 갈등으로 번진 것이다.
리더십의 다름이 조직원에게 미치는 영향
1. 긍정적인 영향
조직원들은 자신에게 맞는 리더십 방향과 목표를 가진 리더를 만나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어떤 조직원은 새로운 기술 습득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싶어 하고, 어떤 조직원은 넓은 시야를 가지며 전인적인 성장을 원한 수 있다. 다양한 리더십 목표가 존재할 때 조직원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 폭넓은 선택지를 가지게 된다.
조직원은 리더의 목표가 조직원 개인의 가치관이나 경력 목표와 일치할 때 자신의 일에 대한 깊은 의미를 발견하고 몰입하게 된다. 단순한 외부적 보상을 넘어 ‘내가 이 일을 통해 진정으로 성장하고 기여하고 있다’라는 내재적 동기를 강력하게 부여하며, 높은 수준의 직무 만족도로 이어진다.
특정 리더십 방향, 예를 들어 관계 지향적이거나 코칭 지향적인 리더십 아래서는 조직원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고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조직원이 갑옷을 벗고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며,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2. 부정적인 영향
리더들의 목표 방향이 상충할 때 조직원들은 어떤 리더의 기준에 맞춰야 할지 혼란을 겪으며 자신의 역할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A 리더는 창의성을 강조하고 B 리더는 규율을 강조한다면 조직원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게 된다. 두 리더의 리더십 철학 차이로 인해 조직원은 혼란을 경험하면서 리더십과 리더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직원들은 여러 리더의 서로 다른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과도한 압박감에 시달릴 수 있다. 리더십 차이는 업무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장기적으로는 감정 고갈과 소진 증후군(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직원은 리더의 다른 요구사항에 끊임없이 적응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정신 건강 문제와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리더십 목표의 다름이 자원 배분, 평가, 승진 등에서 특정 리더의 목표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경우 조직원들은 조직이 불공정하다고 느끼게 된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부정적인 측면처럼 특정 조직원에게 부정적인 기대를 심어주고, 전체 조직원의 사기 저하와 동기 상실을 초래한다. 조직원으로서는 자신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다고 인식하게 되면서 조직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조직을 이탈할 수도 있다.
다양한 리더십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복잡한 과제를 안겨준다. 진정한 리더십은 ‘다름’을 단순히 인정하는 것을 넘어 효과적으로 조율하고 통합하여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리더는 명확한 조직 비전 아래 리더십의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투명한 소통을 통해 조직원들의 혼란을 줄이며,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장과 조직원 개인의 행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