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이론의 홍수가 직장인에게 주는 혼란

by 최환규

김 팀장은 처음 팀을 맡았을 때 조직원들을 섬기고 지지하는 ‘서번트 리더십’이 팀원의 심리적 안전감과 내재적 동기를 높일 거라고 믿었다. 김 팀장은 팀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율성을 존중하며, 실수를 감싸 안았다. 또 팀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한을 위임하면서 팀 분위기는 한결 부드럽고 따뜻해졌다. ‘김 팀장님은 우리 목소리에 항상 귀 기울여 주셔’,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라는 팀원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그의 신념을 더욱 굳건히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팀은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했다. 지나치게 강조된 자율성은 오히려 팀의 명확한 방향성을 흐리게 했다. 팀원들은 리더의 적극적인 개입과 결정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성과가 저조한 팀원에게도 무조건적인 배려만 반복되면서 팀 전체의 책임감과 동기 부여가 전반적으로 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특정 팀원은 김 팀장의 지나친 배려를 리더의 나약함으로 받아들여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했고, 오히려 성과를 내는 팀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팀은 김 팀장이 바라던 긍정적인 관계와 심리적 안전감을 얻었음에도 눈에 띄는 성과' 달성하지 못하고 정체되었다.


김 팀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신뢰와 배려만으로는 팀을 다음 단계로 이끌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팀원들이 현재 필요한 것은 단순히 섬김이 아니라 명확한 비전과 새로운 도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팀원들을 안전하게 이끌기만 해서는 그들의 잠재력을 완전히 끌어내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김 팀장은 팀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기로 했다. 그는 서번트 리더십의 부드러움에서 벗어나 팀원들을 고무하고 강력한 동기 부여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변혁적 리더십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서점에 가면 수많은 리더십 이론과 자기 계발 서적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변혁적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코칭 리더십’, ‘상황적 리더십’, ‘셀프 리더십’과 같은 리더십만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딴 리더십 등과 같은 수많은 리더십 책이 직장인의 선택을 기다린다. 그럴 뿐만 아니라 매년 새로운 리더십 이론이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리더십 이론 책마다 시대적 배경과 철학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리더십의 핵심을 알려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직장인들은 이러한 리더십 이론의 홍수 속에서 오히려 더 큰 혼란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리더십 책마다 서로 다른 주장들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며, 심지어 책을 읽는 사람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리더십 이론의 홍수는 특히 미숙한 초보 리더나 자기 계발에 목마른 직장인들에게 자신의 리더십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초래한다. 앞에서 설명한 김 팀장의 사례처럼 A 책에서는 부하직원을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B 책에서는 강력한 비전으로 이끄는 변혁적 리더십이 최고라고 주장한다. 또 C 책에서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상황적 리더십이 답이라고 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주장들 속에서 직장인들은 ‘도대체 어떤 리더십 스타일을 따라야 하는가?’, ‘어떤 리더가 되는 것이 진정으로 올바른가?’라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자신의 성향이나 조직의 특성과는 맞지 않는 이론을 무작정 적용하려다 실패하며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수많은 리더십 이론들은 이상적인 리더상을 제시한다. 하지만 현실의 복잡성은 이론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직장인들에게 무력감과 피로감을 느끼게 만든다.

리더십 이론들은 심리적 안전감, 투명한 소통, 공정한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실제 조직 현장은 불합리한 권위, 경직된 조직 문화, 성과 압박, 인지 편향 등으로 인해 이론을 실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책으로 배운 리더십을 현실에 적용하려다 번번이 실패하고 비난을 받고 좌절을 맛본 경험은 직장인들에게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 ‘현실은 책과 다르다’라는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양한 이론들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은 직장인들에게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만들고 자신을 그 기준에 끊임없이 비교하게 함으로써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어떤 책에서는 포용력이 강한 리더가 이상적이라고 주장하고 또 다른 책에서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를 추앙한다. 자신의 타고난 성향이나 강점과는 다른 리더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직장인들에게 ‘나는 부족하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억지로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하면서 자존감 하락과 정체성 혼란을 안겨준다.

또한, 이론과 현실의 괴리 그리고 반복되는 실천 실패는 리더십 이론 자체에 대한 불신과 냉소주의를 확산한다. 직장인 사이에 ‘이론은 그저 이론일 뿐’이라는 인식이 퍼지면 진정성 있는 리더십 이론조차 그 힘을 잃게 된다. 리더가 조직원들에게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제시할 때마다 조직원들은 ‘또 어떤 책 읽고 왔나 보다’라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 비판적 시각으로 일관한다. 리더와 조직원 사이의 괴리는 리더와 조직원 간의 신뢰를 해치고 조직 문화를 경직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서로 다른 리더십 이론의 홍수는 직장인들에게 정체성 혼란, 무력감과 번아웃, 자존감 저하 그리고 불신과 냉소주의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리더십 이론의 홍수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단순히 이론의 다양성 문제가 아니라 이론이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직장인의 심리적, 문화적 장벽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장인들은 리더십 이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의 성향과 강점 그리고 조직의 현실을 파악하는 자기 성찰이 우선되어야 한다. 직장인들은 리더십 이론의 표면적인 주장보다는 그 안에 담긴 인간에 대한 이해, 신뢰, 소통, 심리적 안전감 조성과 같은 핵심 가치를 꿰뚫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리더 역시 타인의 언행을 지적하기 전에 자신의 언행부터 살피는 겸손한 태도로 언행일치를 실천해야 한다.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긍정적인 기대를 바탕으로 심리적 안전감을 조성하여 조직원들이 두려움 없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고 자아실현을 이루며 나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혁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안전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리더십 이론은 궁극적인 정답이 아니라 리더와 조직원들이 더 나은 조직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나침반이자 참고서이다. 리더의 지혜로운 자기 성찰과 진정성 있는 실천은 리더십 이론이 현실의 벽을 넘어 직장인들에게 희망과 성장을 가져다주는 진정한 힘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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