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리더십 이론과 성공 사례들을 접할수록 머릿속에는 ‘이상적인 조직원’의 모습이 그려진다. 뛰어난 실행력, 자율적인 업무 처리, 명확한 소통, 긍정적인 태도, 팀워크 지향 등 책에서 배운 모든 미덕을 갖춘 완벽한 조직원의 모습이다. 리더가 그리는 이상적인 조직원의 모습과 현실의 조직원이 비교될 때 문제는 시작된다. 현실의 조직원들은 리더의 이상형에 비해 늘 부족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이상적인 기대와 현실의 괴리는 리더에게 실망감과 좌절감을 안겨준다. 현실 조직원에 대한 리더의 실망은 현실 조직원을 질책하고 비난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인한 리더의 질책은 조직원의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기보다는 오히려 조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파괴하고 내재적 동기를 꺾으며 갈등의 불씨를 지피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리더의 이상적인 기대와 현실과의 괴리가 질책을 부르는 이유
리더가 이론으로 무장할수록 현실의 조직원을 질책하게 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심리적 요인들이 작용한다.
첫째, 인지 편향과 과신 편향 때문이다. 리더는 리더십 이론을 학습하며 자신이 올바른 지식을 습득했다고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신이 책에서 배운 대로 하면 조직원들도 따라올 것이라는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쉽다. ‘나는 이상적인 리더십을 알고 있는데 왜 저들은 나를 따라오지 못하는가?’라는 부정적인 생각은 조직원들을 비난하는 근거가 된다.
둘째, 리더의 책임 전가와 조직원의 능력 부족 때문이다. 리더는 자신이 팀을 이끌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이상적인 기대에 못 미치는 조직원의 모습’은 리더의 성과 달성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인식된다. 이럴 때 리더는 목표 달성에 영향을 주는 문제의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외부에서 찾으려는 ‘책임 전가 경향’을 보인다. 리더가 애써 찾은 원인의 하나가 조직원의 부족함이며, 부족함의 원인을 개인의 능력 부족이나 성실성 결여와 같은 내부 귀인으로 판단하여 질책하게 된다.
셋째, 리더의 비교 때문이다. 리더는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리더상’과 리더상에 걸맞은 ‘이상적인 조직원상’을 무의식적으로 현재의 팀원들과 비교한다. 이것은 과거의 자신이 노력해서 성장했던 것처럼 현재의 팀원들도 자신처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오는 비현실적인 기대일 수 있다.
넷째, 심리적 압박 해소 때문이다. 리더는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조직원들을 질책함으로써 해소하려는 무의식적인 경향을 보인다. 조직원을 질책하는 것은 일시적인 통제감과 우월감을 느끼게 하지만, 이는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리더의 질책이 갈등을 일으키는 메커니즘과 부작용
리더의 질책은 단순한 꾸중을 넘어 조직원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조직 전체의 활력을 갉아먹는 '갈등'의 불씨가 된다. 이상과 현실을 비교하며 가해지는 질책은 조직원들에게 ‘이곳은 안전하지 않다’, ‘어떤 노력을 해도 항상 부족하다고 비난받을 거야’, ‘리더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는 두려움을 심어준다. 조직원의 이런 두려움은 심리적 안전감을 사라지게 한다. 조직원들은 비난과 불이익이 두려워 자신의 솔직한 의견, 새로운 아이디어, 문제점, 심지어 실수까지 숨기게 된다. 조직원의 침묵은 진정한 소통을 가로막아 조직 내 불신을 증폭시킨다. 이처럼 리더의 질책 목적이 긍정적인 변화라 할지라도 리더의 질책을 받아들여야 하는 조직원으로서는 자신에 대한 리더의 인신공격이나 능력 부정으로 인식될 수 있다.
조직원들은 리더의 질책이 반복되거나 불공정하다고 느껴질 때 리더에 대한 신뢰를 거둔다. 리더가 자신을 이해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비현실적인 기준으로만 평가한다는 인식을 하게 되면서 리더와의 인간관계의 진정성은 훼손되고 거리감이 생긴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리감은 리더를 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만들고, 리더와 조직원 간의 소통 채널을 단절시켜 더욱 깊은 갈등의 골을 파게 된다.
조직원들은 리더의 질책에 대해 자신들의 자율성과 능력을 부정하는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내재적 동기나 자존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리더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 ‘나는 항상 부족하다’라는 부정적인 생각은 학습된 무기력으로 이어져 내적 동기도 사라지게 만들고, 업무 몰입도도 떨어뜨린다.
두려움과 불신이 지배하는 조직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혁신적인 시도가 불가능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조직원들은 안전한 길만을 추구하거나 현상 유지만을 목표로 한다. 조직원의 수동적인 태도는 급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한 조직의 적응력을 떨어뜨리고,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의 회복 탄력성을 약화한다. 업무 성과 향상을 위한 리더의 질책이 결과적으로 업무 성과를 하락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이다.
리더의 계속되는 질책과 비현실적인 기대는 조직원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와 같은 정체성 혼란을 일으킨다. 자신의 개성과 강점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받아들이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의지를 잃게 된다. 리더의 질책이 리더의 의도와는 달리 조직원 개인 성장의 정체로 이어지면서 조직원은 이직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다른 환경을 찾으려 한다.
리더가 리더십 이론으로 학습된 이상적인 조직원의 모습과 현실의 조직원을 비교하며 질책하는 행동은 리더의 인지 편향과 비현실적인 기대에서 비롯된다. 리더의 질책은 조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파괴하고 신뢰를 상실하게 만들며, 자존감과 내적 동기를 갉아먹어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에 갈등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리더는 다른 사람의 말과 행위를 지적하기 전에 자신의 언행부터 살피는 자기 성찰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자신의 머릿속 이상이 현실의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인지 편향을 인지하고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원 각자의 개별성과 강점 그리고 그들의 현재 위치와 성장 속도를 공감하고 존중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리더는 자신의 비현실적인 기대를 내려놓고 조직원들의 작은 성장이라도 인정하고 격려하며 긍정적인 피그말리온 효과를 통해 내적 동기를 자극해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이 보장된 환경에서 조직원들이 두려움 없이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고 자율성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자아실현을 추구하도록 돕는 것이 리더의 진정한 역할이다. 리더는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을 직시하고, 갈등을 넘어 성장을 만들어가는 리더의 지혜로운 자기 성찰과 공감적 리더십만이 건강하고 활기찬 조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