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조직원을 이끌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신뢰’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가치이자 조직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접착제이다. 하지만 리더가 조직원을 신뢰하는 행위는 단순히 ‘믿어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리더 자신의 명예, 조직의 성패, 심지어 리더나 조직의 미래까지 걸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일종의 모험적 투자와도 같기 때문이다.
리더가 조직원을 신뢰하는 순간 리더는 자신의 통제력을 기꺼이 내려놓고,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자신과 조직을 노출하는 것과 같다. 조직원이 기대만큼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거나, 실수를 저지르거나, 심지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런 모든 결과의 책임은 리더에게 돌아온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신뢰는 단순한 미덕을 넘어 리더의 용기와 결단을 요구하는 모험이 되는 것이다.
‘신뢰’는 의도적으로 계산된 모험을 내포한다. 불신은 위협적인 상황에 대한 반사적 반응이며, 자기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상대를 불신하는 사람은 상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용 진지를 구축하고 어떤 허점도 보이지 않으려고 방어막 뒤에 숨어 자신을 감추는 행동을 한다. 즉, 불신이란 결국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다.
상대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를 신뢰하는 사람은 상대가 걱정하거나 의심하지 않도록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포기하고,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도 버려야 한다. 심지어 자신도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용기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부하 직원과 갈등이 있는 상사가 부하 직원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상사라는 권력과 무기를 버려야 하고, 자신의 요청을 부하가 거부할 때 받을 수 있는 마음의 상처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가 조직원을 신뢰하고 권한을 위임할 때 그 이면에는 몇 가지 본질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 리더가 조직원에게 권한과 업무를 위임했더라도 최종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조직원이 실수하거나 실패했을 때 그 결과의 상당 부분은 리더의 리더십 부족 때문이라고 간주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팀장은 중요한 정부 사업 수주 제안서 작성을 부하인 과장에게 전적으로 위임했다. 과장은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심한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제안서의 핵심 데이터 하나를 누락시키는 실수를 저질렀다. 빠진 데이터는 사업 평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고 회사는 수주에 실패했다. 팀장은 제안서 작성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최종 책임은 팀장에게 돌아왔다. “팀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 “중요한 일을 팀원에게만 맡기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와 같은 비판은 고스란히 팀장의 몫이 되었다. 팀장은 과장의 실수로 인해 개인의 평판 하락과 함께 수주 실패라는 결과를 책임져야 했다.
둘째,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다. 조직원의 능력, 동기, 행동 그리고 외부 환경은 모두 예측 불가능하다. 조직원이 아무리 유능하고 성실하더라도 돌발 변수나 미처 파악하지 못한 한계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본부장은 회사의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 마케팅 총괄 업무를 부장에게 맡겼다. 부장이 업무를 추진하던 중 예상하지 못한 해외 현지의 급격한 정치적 불안정과 환율 변동이라는 외부 변수가 발생했다. 또한, 부장 개인적으로도 가족에게 중대한 문제가 생겨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본부장은 예측 불가능한 외부 환경 변화와 부장 개인의 사정이라는 변수는 통제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해외 시장 개척 프로젝트는 전면 중단되거나 지연될 위기에 처했으며, 본부장은 자신의 예측 범위를 벗어난 모든 불확실성 속에서 큰 압박감과 함께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셋째, 취약성 노출이다. 리더는 조직원에게 중요한 정보, 핵심 기술, 회사의 평판 등 민감하고 중요한 자산을 조직원에게 위임할 때 리더는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신뢰한 상대가 이를 오용하거나 부주의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부서장은 개발팀의 과장에게 차세대 주력 상품에 적용될 핵심 기술 개발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기술적 설계와 외부 협력사와의 기밀 공유를 전적으로 맡겼다. 과장은 최근 개인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국, 과장은 경쟁사의 유혹에 넘어가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 정보 일부를 경쟁사에 유출하는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다. 본부장은 과장의 능력과 경험을 믿고 회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핵심 기술이라는 취약한 부분을 그에게 노출했다. 신뢰했기에 접근을 허용했지만, 그 신뢰가 무너졌을 때 돌아온 것은 회사의 미래를 위협하는 막대한 손실과 배신감이었다. 이 사례는 리더가 신뢰를 통해 자신과 조직을 얼마나 심각한 위험에 노출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넷째, 기회비용 때문이다. 만약 조직원이 위임받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 시간과 자원 그리고 놓쳐버린 다른 기회는 모두 조직의 손실이 된다. 대표는 새로운 스타트업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팀장에게 한 달간 시장 조사와 분석을 맡겼다. 대표 본인도 여러 시장 조사를 경험했지만, 팀장의 성장을 믿고 전적으로 위임했다. 그러나 팀장이 제출한 보고서는 피상적이고 기존 시장분석의 반복이었다. 그 결과, 한 달이라는 시간과 팀의 소중한 자원을 쓰고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시장 창출 기회를 전혀 발굴하지 못했다. 대표가 팀장에게 이 업무를 위임하지 않고 직접 수행했더라면 훨씬 더 깊이 있는 통찰과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견했을 수도 있었거나 혹은 그 한 달의 시간을 다른 중요한 영업 활동이나 투자 유치에 집중하여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대표는 팀장의 성장을 위한 신뢰라는 기회를 선택한 대가로 다른 잠재적이고 더 가치 있는 기회와 그로부터 파생될 수 있었던 성과를 포기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리더가 조직원을 신뢰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행위는 결과 책임, 예측 불가능성, 취약성 노출, 기회비용이라는 막대한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이다. 그런데도 진정한 리더는 이 모험을 기꺼이 감수한다. 왜냐하면, 모험 없이는 조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없고, 혁신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으며, 조직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는 위험하지만, 그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충분한, 리더십의 가장 강력하고도 아름다운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