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부하를 비난할 때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의 무게

by 최환규

리더십은 고귀한 책임이자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요구하는 자리다. 특히 조직원이라는 소중한 인적 자원과 직접 소통하는 리더의 말 한마디는 조직의 미래를 좌우하는 힘을 갖는다. 이때 리더가 부하를 비난하는 행위는 일견 문제 해결이나 성과 개선을 위한 행위로 비칠 수 있으나 사실은 리더 자신에게도 막대한 리스크를 안겨주는 위험한 부메랑과 같다. 비난이라는 칼날은 부하의 심장을 꿰뚫는 동시에 리더 자신의 권위와 리더십의 근간을 해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격려보다 비난에 익숙한 리더들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는 바로 구성원들에 대한 긍정적인 격려와 인정이다. 하지만 현실의 많은 기업에서 리더는 칭찬과 격려에는 인색하고 부하의 실수나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난의 날을 세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리더의 비난 습관은 단순히 리더 개인의 성격 문제를 넘어 사회와 조직 문화 전반에 깊이 뿌리내린 복합적인 심리적, 사회문화적 그리고 구조적 원인에 기인한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문제 해결에 방점이 찍힌 문화가 강하다. 잘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부족하거나 잘못된 방식이나 태도에 초점을 맞춰 그것을 고치는 것이 곧 발전을 의미한다고 믿어왔다. 이런 문화 속에서 성장한 리더들은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찾아내고 비판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리더십은 권력관계를 포함한다. 리더는 조직 내에서 높은 권한과 영향력을 가지며, 이 권력을 이용하여 부하를 통제하려는 무의식적인 욕구를 가질 수 있다. 비난은 이러한 통제 욕구를 발현하는 매우 강력하고 직접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리더가 부하를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고, 부하가 복종하게 만드는 데 효과적이라고 믿을 수 있다. 부하가 비난 앞에서 위축되고 순응하는 모습을 보일 때 리더는 자신의 권력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리더십 역량이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리더일수록 비난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부하를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취약점이나 불안감을 감추고 통제력을 상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비난은 부하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즉각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부하를 가르치고 코칭하며 격려하는 것보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난하는 것이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리더 자신의 에너지를 덜 소모한다고 착각하기 쉽다. ‘또 비난받기 싫으면 제대로 해’라는 식의 위협은 단기적으로 부하의 실수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동기가 아닌 두려움에 기반한 것으로, 장기적인 성과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리더가 감당해야 할 비난의 대가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신뢰다. 조직원들이 리더를 신뢰할 때 조직원들은 리더의 비전을 따르고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헌신할 수 있다. 그러나 비난은 이 신뢰를 가장 빠르게 무너뜨리는 원인이 된다.


리더로부터 비난받는 부하는 리더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고 암묵적인 심리적 계약을 위반했다고 느낀다. 조직원은 리더의 심리적 계약 위반에 대해 깊은 배신감을 유발하며 리더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으로 이어진다. 더 이상 리더의 말이 진심이라고 믿지 않으며 심지어 선의의 지시마저도 ‘나를 공격하기 위한 술책’으로 오해하게 된다.


비난이 잦은 리더는 존경받는 리더가 아닌 두려움의 대상 또는 경멸의 대상이 된다. 조직원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복종하는 척하지만,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리더를 비난하고 조롱하며 리더십을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저 사람은 늘 화만 낸다’, ‘감정 조절도 못 하는 사람’이라는 수군거림 속에서 리더는 점차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리더의 권위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다. 이런 결과는 조직 전체의 질서와 규율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리더의 비난은 조직원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리더십은 곧 관계를 통해 발휘된다. 조직원들은 리더의 비난을 피하려고 리더와의 소통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약점을 감추며, 실수마저도 숨기려 한다. 리더가 비난이라는 무기를 자주 사용할수록 조직원들과의 소통이 줄어들면서 관계는 단절되고, 리더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


진정한 소통이 사라진 곳에서는 정보도 흐르지 않는다. 조직원들은 리더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제공하지 않거나 문제를 숨기는 방식으로 리더에게 소극적으로 저항한다. 조직원이 리더를 대하는 부정적인 태도는 리더가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방해하고, 왜곡된 정보로 인해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만들어 리더에게 리스크를 안겨 주는 것도 조직원의 저항 방법의 하나이다. 리더는 조직원을 비난할수록 조직원의 저항으로 인해 홀로 고립된 채 중요한 순간에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자신의 리더로서의 수명도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조직원을 향한 리더의 비난은 리더의 심리적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모하게 만든다. 비난을 자주 하는 리더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역량을 소진하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비난은 분노, 좌절, 불안과 같은 주로 부정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한다. 비난을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해서 표출하는 것은 리더 자신의 정신 건강에 극심한 부담을 준다.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반복적인 노출은 리더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어 번아웃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


비난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보다 감정적인 배출에 가깝다. 비난에 의존하는 리더는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부하의 능력 부족 탓으로만 돌리며 상황을 단순화시킨다. 리더의 이런 시선은 리더 자신의 문제 해결 역량 발전 기회를 박탈하고 끊임없이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만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결정적으로 리더의 비난은 조직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인적 자원과 생산성을 파괴하여 조직 존속의 위협이라는 거대한 리스크를 안겨준다. 비난과 불신이 만연한 조직에서는 유능하고 잠재력 있는 인재들이 가장 먼저 떠난다. 유능한 조직원들은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핵심 인재의 이탈은 조직의 노하우와 역량을 유출하고 남은 조직원들의 사기마저 사라지게 만들면서 생산성과 경쟁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또한, 비난이 일상화된 조직은 창의성과 혁신이 억압된다. 조직원들은 새로운 시도보다는 최소한의 일만 하며 책임 회피와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조직원의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태도는 조직의 변화 적응력을 약하게 하면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시장에서 도태될 리스크를 안게 된다.


리더의 비난은 순간적인 감정 해소나 단기적인 통제 효과를 가져올지 모르지만, 그 대가는 리더 자신에게 막대한 리스크로 되돌아온다. 권위의 실추, 관계의 단절, 역량의 소진 그리고 조직의 존속 위협이라는 그림자는 비난 뒤에 항상 도사리고 있다. 리더는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고, 비난 대신 건설적인 피드백과 지지를 통해 심리적 안전감을 구축하며, 구성원들과의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리더 자신을 보호하고, 조직을 지속 가능한 성공으로 이끄는 유일한 리스크 관리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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