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대리인을 내세우는 리더가 조직을 망치는 이유

by 최환규

리더는 조직 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만약 리더가 특정 조직원을 마치 자신의 대리인처럼 활용하여 다른 조직원들을 통제하거나 그 사람이 리더와의 친분을 방패 삼아 다른 조직원들을 괴롭히는 행위는 조직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정 조직원의 부정적인 행동 배경에는 리더와 조직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조직은 목표 달성을 위한 합리적인 시스템인 동시에 수많은 인간관계가 얽히고설킨 사회적 유기체이다. 리더의 의사결정과 행동은 단순한 업무 지시를 넘어 조직원들의 감정과 태도, 나아가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리더가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자기 조직원들에게는 혹독하게 대하는 이중적인 리더십이 만연한 상황에서 리더의 더욱더 파괴적인 형태는 리더의 비호 아래 특정 조직원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다른 조직원들을 괴롭히는 행위이다. 일부 조직원의 부당한 행위는 리더의 암묵적인 방치나 명시적인 역할 부여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조직 병리로 조직 내 신뢰와 심리적 안전감을 바닥까지 추락시키는 주범이다.


그림자 대리인을 사용하는 리더의 심리


리더는 직접 나서기 껄끄러운 궂은일을 처리할 대리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폭력 조직원을 동원해 경쟁자나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처리하는 사례 등이 대리인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리더는 대리인을 통해 조직원들을 강하게 압박하여 성과를 내게 하거나 자신의 지시가 빠르게 실행되도록 밀어붙이는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리더는 대리인을 사용하면 자신은 좋은 사람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한다. 조직원들이 불만을 품더라도 그 불만의 화살이 직접 자신에게 향하기보다는 대리인에게 향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어떤 리더는 갈등을 회피하거나 효과적인 소통과 동기 부여를 통해 팀을 이끄는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 이럴 때 공격적인 특정 조직원에게 의존하여 팀을 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리더가 대리인 사용의 유혹에 빠지면 리더는 ‘저 사람이 있어야 팀이 굴러간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하면서 자신의 리더십 무능력을 특정 조직원의 폭력적인 방식 뒤에 숨기는 것이 된다.


리더의 그림자 역할을 하는 조직원은 때때로 리더에게 극도의 충성심을 보이며 팀 내부의 동향이나 불만을 리더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리더는 대리인을 중요한 정보 수집 통로로 활용하며, 다양한 정보를 자신에게 제공하는 대리인에게 특혜를 주는 불공정한 방식을 취할 수 있다. 리더의 이런 선택은 스파이를 키워 팀원 사이의 이간질을 부추기는 행위로 팀의 신뢰를 파괴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리더는 자신이 선택한 불량 조직원의 행동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성과 달성이라는 명목 아래 의도적으로 외면할 수도 있다. ‘다 잘 되자고 하는 일인데 과정이야 좀 거칠 수도 있지’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팀원들의 고통을 간과하는 것이다.


리더의 그림자가 되는 사람의 심리


리더의 비호 아래 다른 조직원을 괴롭히는 그림자 혹은 하수인(이하 그림자) 또한 당연히 여러 동기가 있다. 그림자들은 리더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나 권력에 대한 욕망이 강할 수 있다.


그림자들은 리더로부터의 특별한 관심과 인정을 갈구할 수 있다. 다른 조직원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통해 리더의 눈에 들고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리더로부터 인정받으려 갈구한다. 내면의 낮은 자존감이나 불안감을 보상받기 위해 외부의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강화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도 한다.

리더의 암묵적인 승인이나 위임된 권한은 그림자에게 권력의 달콤함을 맛보게 한다. 그림자는 자신이 리더는 아니지만, 리더의 그림자로서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지시할 수 있다는 것에 도취되는 것이다. 그림자가 경험하는 대리 만족은 자신의 실제 역량 이상으로 자신을 과대평가하게 만들어 더욱더 공격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림들은 자신이 리더의 의중을 대변하고 리더의 방식을 따른다는 명분으로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나는 리더가 원하는 방식대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중이다’, ‘내가 나서야 이 팀이 제대로 돌아간다’라는 착각에 빠져 자신의 행동이 팀과 다른 조직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고민하는 대신 리더를 위한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림자들은 리더의 비호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신의 부정적인 행동에 대한 책임이나 처벌로부터 면제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이런 기대로 인해 더욱더 거침없고 무책임한 행동을 유발하며 다른 조직원들에게 ‘리더를 위해서라면 부당한 행동을 저질러도 된다’라는 나쁜 선례를 남기기도 한다.


그림자에 숨은 리더를 바라보는 조직원의 심리


부당한 리더와 그림자의 가장 큰 피해자는 조직과 조직원들이다. 조직원들은 리더에 대한 실망과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게 된다.


조직원들은 리더가 자신들을 보호하기는커녕 그림자와 같은 특정 인물의 부정적인 행동을 용인하거나 이용하는 것을 목격하면 리더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 리더에 대한 실망은 리더의 공정성, 도덕성 그리고 리더십 전반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우리는 리더에게 버림받았다’라는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면서 리더의 어떠한 지시나 말도 믿지 않게 된다.

조직 내에 리더가 감싸는 폭력적인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모든 조직원에게 극심한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언제 자신도 공격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내거나 솔직한 소통을 할 수 없게 되고, 상사의 비위를 거스를까 봐 혹은 그림자의 보복이 두려워 입 다물고 시키는 일만 하자는 수동적인 태도로 변모한다.


조직원이 그림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리더가 이를 방치하기 때문에 조직원들은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휩싸인다. 해결되지 않는 분노는 내재화되어 개인의 정신 건강을 해치거나 조직에 대한 냉소주의로 발현된다. 조직원들 사이에는 ‘어차피 바뀌지 않을 거야’라는 체념이 만연해지면서 조직의 활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심리적 고통과 무력감에 지친 유능한 조직원들은 결국 조직을 떠나기로 한다. 건강하지 못한 리더십과 문화 속에서는 성장과 행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조직의 핵심 인재 유출로 이어져 경쟁력 상실을 초래한다.


특정 인물이 리더의 비호를 받으며 독단적으로 행동하면 팀원 간의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조직원들은 서로에게 피해가 올까 봐 경계하고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고 관계를 단절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런 결과는 팀 내의 건강한 상호작용을 파괴하고 개개인의 고립감을 강화해 결국 팀워크를 와해시킨다.




리더가 특정 인물을 이용하거나 방치하여 조직 내에서 괴롭힘을 조장하는 것은 단순한 리더십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근간을 흔들고 모든 조직원의 심리 건강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이다. 리더의 행태는 단기적으로는 리더에게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리더 자신의 리더십을 파괴하고 조직의 신뢰와 팀워크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뜨려 조직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로막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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