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딸아이가 몇 달 동안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장어를 먹기 위해 동네 근처에 있는 ‘나름대로 맛집’으로 갔다. 음식점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테이블을 치우러 온 직원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가족 모두가 당황했다. 어디서 몇 대 맞고 온 사람처럼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서 테이블을 치우는 모습을 보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건가? 아니면 나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이런 고민은 음식을 먹는 내내 계속되었다. 음식을 먹다 보면 반찬을 더 달라고 말하기도 하고 음식을 추가로 주문할 수도 있는데 직원의 태도로 인해 주문하는 것도 먹는 것도 불편하기만 했다. 가게 주인으로부터 그 직원이 그런 태도를 보인 이유는 낮부터 많은 손님이 몰리면서 힘들어서 그랬다는 변명을 들었지만, 그 대답이 그 직원의 불친절한 인상을 지우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불편하게 음식을 먹다 보니 딸아이는 “생각보다 장어가 맛이 없다. 2년에 한 번 정도 생각날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 가족으로서는 조금 억울하기도 하다. 직원의 상냥한 얼굴을 보면서 밥을 먹는 것이나 퉁명스러운 얼굴을 보면서 억지로 소화해야 할 때나 내야 하는 음식값은 같다. 솔직히 그리 입맛에 맞지 않는 장어를 자주 먹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는 조금 안심도 되었지만, 음식 먹는 내내 느꼈던 불편함은 음식점을 나오고 난 다음에도 계속 남아있었다.
고객을 대해야 하는 사람들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많은 애로사항을 경험하게 된다. 내부 고객만을 대하는 사람은 심리적으로 불편한 경우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기가 쉽지만 외부 고객을 대하는 사람은 고객에게 자신을 배려해 달라고 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비행기를 탔는데 승무원이 “제가 지금 피곤하니까 조금 후에 커피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네, 그렇게 하시죠.”라고 기꺼이 대답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고객을 대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자기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고 회사에서도 이들을 배려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는데, 회사의 이런 문화는 직원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고객 만족도를 높여 회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중요한 전략이기도 하다.
회사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모든 고객에게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회사는 고객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의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도움이 필요한 직원에게는 적절한 방법의 지원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장어구이 식당의 경우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최소한의 사람들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이익을 남겨서 좋겠지만, 불편한 경험을 한 고객은 더 이상 그 식당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식당 주인이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외부 인력의 도움을 받아 피곤한 직원을 대신했다면 어땠을까?
직원들도 평소 자기 관리를 통해 자신의 체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도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감당해야 하는 것은 자신뿐이다. 만약 전날 개인적인 일로 인해 피곤이 누적된 상태로 출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동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수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많은 상사는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는 실수를 범한다. ‘긴장하게 한다’라는 말은 ‘불필요하게 부하의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고 있다’라는 의미와 같다. 긴장 상태의 직원과 편안한 분위기의 직원 중 고객은 누구로부터 서비스를 받고 싶겠는가?
리더가 부하에게 긴장하라고 요구한다고 조직의 성과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리더의 역할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소진된 부하의 에너지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에너지가 회복되어야 다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에너지를 회복시킬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 ‘이완’이 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농담과 같은 대화는 소진된 에너지를 회복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회사에서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업무 처리 방법을 변경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많은 투자를 하지만 고객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한 사람은 직원이다. 따라서 직원의 사기를 높이는 것이 곧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속담처럼 고객은 음식 맛이 같다면 서비스가 나은 식당을 선택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에게 우호적이고 편안함을 주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사람이 에너지 수준을 높여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