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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대화는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by 최환규

며칠 전 고등학교 후배와 저녁 약속을 했다. 필자가 겸임교수로 있는 대학에서 개설한 과목을 수강 한 학생으로 학기 중에 개인적으로 만나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어 방학 기간 중에 편안하게 대화하고 싶어 마련한 자리였다. 약속 장소에서 만난 후배는 자리에 앉으면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무슨 일 있어?”라고 물었더니 “괜찮습니다. 어제저녁에 술을 많이 마셨더니 속이 불편해서요.”라는 대답을 했다. “힘들면 약속을 연기하지 그랬어?”라고 다시 물었더니 “약속 시간까지는 괜찮을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했다. 이후로도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후배를 보면서 함께 있는 시간이 후배를 괴롭게 만드는 것 같아 서둘러 헤어졌다.


후배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를 만나기 1시간쯤 전에 약속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했을 때 솔직하게 “오늘 제가 몸이 불편한데 다음에 만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는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 사실 후배와 만났던 날이 내 생일이었기에 오히려 흔쾌히 “그래, 다음에 만나자.”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이렇게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의 부서장 중에서 김치찌개를 굉장히 좋아하던 분이 있었다. 이 분이 수시로 점심을 부서원들과 함께 했는데, 함께 할 때마다 신 김치를 싫어하던 나로서는 고역이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점심을 함께 하지 않으려고 다양한 방법을 썼다. 아마도 자신과의 약속을 피하는 내 모습을 본 부서장은 ‘저 친구는 날 왜 피하지? 나에게 잘못한 일이 있나?’와 같은 오해를 했을 수도 있다.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되는 동안 이런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회사 경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내용까지 다양한 문제를 만나게 되지만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문제가 발생하는 즉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문제 해결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 때까지 꽁꽁 숨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시간이 늦어지면서 문제가 악화되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많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뺑소니를 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렇게 시간을 지체할수록 문제가 더 커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내가 이 문제를 부장님께 말하면 얼마나 잔소리를 심하게 하실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부장님이 자신을 야단치는 모습이 떠오르면서 불안으로 인해 몸은 긴장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대부분은 ‘일단 이 상황을 피하고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고 문제를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감추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문제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설사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본인은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불안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런 심리상태가 되면 업무에 집중할 수 없게 되고 또 다른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운동선수가 실수를 하면 계속 실수하는 모습을 보게 경우가 자주 있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또 다른 경우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할 필요가 있을 때이다. 만약 상사가 회의 시간에 주제와 관계없는 말을 계속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참고 넘어간다”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상사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하의 이런 반응에 대해 상사는 ‘내 말이 부서원들에게 도움이 되었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다음 회의에서도 일방적으로 말을 많이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부하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거야. 더러워도 그냥 넘어가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상사의 이런 태도를 뒷담화의 주제로 삼게 된다. 문제 해결을 회피하는 자신의 이런 태도는 자신에게도 상대방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을 더욱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일 수도 있다.


이런 부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 열매가 익어가는 과정을 부면 처음에는 쓰고 떫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익으면 달콤한 맛이 나는 것처럼 처음에는 쓴맛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상대방이 자신의 진심을 알게 되는 순간 잘 익은 열매의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지금부터 자신이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자신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처음에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도 된다. 차츰 익숙해지면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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