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법정 노동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주 52시간 노동’ 시대가 현실이 되었다. 각 기업에서는 업무의 속성에 따라 노동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 때 기업이 선택 가능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업무량 감소’와 ‘업무 역량 향상’이다.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 중 상당수는 불필요한 업무였다고 말한다. 이처럼 조직원이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인식하는 업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업무에 관한 리더와 조직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만약 리더에게 매주 조직원 수에 52를 곱한 만큼의 시간을 할당하고, 이 시간 내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하자. 리더가 사용할 수 있는 업무 가능 시간이 제한된다면 리더와 조직원이 일하는 모습은 지금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 근무 시간의 제한이 없으면 시간 자원의 낭비 요소가 많은데, 시간 낭비를 잘 드러내는 행동 중의 하나가 회의이다. 효과적인 회의를 위해서는 참석하는 모든 구성원이 회의의 목적을 이해하고, 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대안을 가지고 참석해야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참석하는 때도 많다. 이런 사람이 많을수록 회의는 원래 목적과 다르게 진행되면서 참석한 사람의 입에서 “회의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는 말이 나오게 된다. 이런 회의 방식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도 시간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제한된 자원이고,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리더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가 조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것은 시간과 연결되고, 조직원의 시간은 회사의 비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의 역할은 조직원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리더의 인식이 변화되면 지금처럼 조직원의 비효율적인 모습 대신 업무에 더욱 치열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리더뿐만 아니라 조직원의 변화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조직원이 근무시간 내에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 그 업무를 퇴근 후나 주말에 할 수 있었다. 많은 조직에서 이렇게 일하는 조직원을 질책하기보다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조직원들은 이런 업무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이런 조직원이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면 이제부터는 ‘법을 어기는 회사’로 만드는 조직원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업무를 퇴근 전에 마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원에게 두 가지가 요구된다.
첫 번째는 ‘업무에 대한 전념’이다. 조직원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가장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관계로 인한 문제’이다. 사람은 자신과 관계가 불편한 사람을 ‘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가 적으로 인식되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라는 생각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공격하게 된다. 상대를 향한 비난이나 뒷담화, 집단 따돌림과 같은 행동들이 상대를 향한 공격 행동 중의 일부이다. 관계가 불편한 동료와 일할 때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업무성과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관계가 불편한 동료와의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한 두 번째 변화는 ‘업무 역량 향상’이다. 업무와 관련이 있다면 사소한 지식이라도 업무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과거 업무시간의 제한이 없으면 자신의 부족한 지식을 채워가면서 여유롭게 업무를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업무 방식으로는 제때 업무를 마무리할 수 없을뿐더러 업무의 질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퇴근 후 자신의 업무 역량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시간 단축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다. 조직에서는 조직원을 근무 시간이 아니라 생산성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조직의 리더와 조직원들은 자신의 능력 향상을 위해 집중하게 된다. 리더와 조직원 모두가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근무시간에 집중도를 높이게 되면 생산성과 성과가 높아지면서 회사의 경쟁력 또한 이에 비례해 높아지게 되는 선순환을 하게 된다.
조직은 조직원의 노력만큼 성장한다. 조직원은 지금 이 순간 조직의 발전을 위해 어떤 능력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그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지 알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조직원의 이런 노력은 자신에게 달콤한 결실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