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선 소심한 아이

※종교적인 이야기

by 말 없는 나무

그날 이후, 나는 다시 내 삶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집안의 상처와 혼란 속에서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생겼고, 작은 용기라도 붙잡아 보려고 했다. 그 변화는 곧 대학 생활에도 이어졌다.

2019년, 대학교 2학년이 되면서 나의 일상은 공부와 교회로 채워졌다.

학교에서는 실습 위주의 공부를 했고, 여름방학에는 병원 실습을 나가야 했기 때문에 기숙사에서 지냈다.

아침에는 병원으로 출근해 배우고, 저녁에는 보고서와 일지를 쓰며 발표 준비까지 했다.

하지만 바쁘고 힘든 일정 속에서도, 나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를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곳에서는 집에서 느끼지 못한 평안함이 있었고,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해 갈 수 있었다.


실습이 끝나고 개강까지 시간이 남았을 때, 친구와 함께 교회 수련회에 참가했다. 나는 수련회에서 다른 대학생들과 함께 심포지엄 발표를 맡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두려움이 컸다. 과연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과거를 이야기하고 기도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발표 준비는 쉽지 않았다. 밤마다 30분 거리를 버스로 다니며 교회에서 발표문을 수정했고, 다른 대학생들 앞에서 미리 연습했고, 모든 발표자가 함께 부를 찬양도 수련회 전날까지 연습했다.

드디어 수련회 당일. 낮에는 운동회도 하고, 저녁에는 예배와 캠프파이어, 바비큐 파티까지 즐겼다.

하지만 발표가 있던 둘째 날 저녁은 긴장이 가득했다. 내 차례가 왔을 때,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섰다. 떨림을 감추려 친구 대신 목자님을 바라보며 발표문을 낭독했다.


주제는 ‘오병이어’였고, 나는 제자 안드레 역할을 맡았다. 안드레의 성격이 나와 닮아 있어 몰입할 수 있었다.

발표 중 내 과거를 솔직히 고백하는 부분에서는, 옥상에 올라가 죽고 싶다고 기도했던 구절을 말할 때 그 감정이 떠올라 울컥했지만, 사람들의 따뜻한 박수와 격려 덕분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찬양까지 무사히 마쳤을 때, 나의 자존감은 한층 높아져 있었다.



그리고 그해 초겨울, 교회에서는 겨울 수련회에서 할 뮤지컬을 준비했다.

나 또한 그 뮤지컬에 참여를 하였고, 성경공부와 찬양 연습 덕분인지 교회에만 가면 마음이 편안했고, 누구도 나를 평가하지 않아 자신감이 생겼다.


뮤지컬에서는 짧은 대사와 합창만 맡을 줄 알았는데, 목자님께서 나에게 솔로 파트를 제안하셨다. 혼자 코인노래방에 가서 10곡 넘게 노래를 부르곤 했지만, 무대에서 혼자 노래한다는 건 또 다른 도전이었다.

결국 ‘거위의 꿈’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맡게 되었고, 밤늦게까지 교회에 남아 연습했다.

두렵고 후회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목자님들의 응원 덕분에 무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 순간, 나의 자신감은 다시 한번 크게 자랐다.


그 시절 교회는 가족 생각 없이 나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워준 공간이었다.

소심했던 내가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무대, 그 경험은 지금도 내 안에 남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를 다니지 않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때의 기억이 사라진 건 아니다. 오히려 그 경험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앞으로 마주할 시간들을 견딜 힘을 주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졸업을 앞둔 학년이 되어 있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