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은심
부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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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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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봄을 기다렸던 날
한 사람의 작은 부주의로 시작된 비극 산천초목도
애통하여 슬픔에 눈물짓는다.
헐벗은 산하 수백 년을 가꿔온 초목들 검은 재가
되어 흩날리고 슬픈 한 줌 재는
허공을 응시한다.
아름다운 동리마다 봄꽃은 재가 되어 흩날려
정답던 옛 고향 집터만 쓸쓸히 남았구나
형제자매들의 울부짖는 소리 메아리 되어 앉을 곳 없는 산새들이 배회하며 슬피 울음 짓는다.
수백 년 터의 혼들도 혼불이 되어 저승불로 떠난 사람들을 부르며 화마의 봄날은 그을렸다.
불씨여, 다시는 오지 말아 다오
어찌할꼬 어찌할꼬
산천초목이 탄식하는 소리 들리는가 잿빛 하늘아래 움 한번 터보지 못한 진달래 봄날은 그렇게 죽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