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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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없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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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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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없는 별들
가방 하나 없이
나는 오래전부터 세계여행을 꿈꿨다
별의 이름을 외우듯,
런던, 마닐라, 아테네, 평양
그러나 내 마음의 지도는 늘 북쪽으로 찢겨 있었고
언어는 검열되고
이름은 숨겨지고
밤은 자주 닫혔다
벽지에 눌린 사념 하나
‘나는 누구인가’ 묻다가
잉크 번진 내 자화상을 찢어내던 밤,
푸념처럼 남긴 한 줄의 시
그 시를 쥐고 도망치듯 걸었다
어떤 날은 비웠다
어떤 날은 울었다
그리고 결단했다
지우는 일이
쓰는 일보다 더 무겁다는 것을
시인은 무너지지 않는 돌이 아니라
그 속에서 울리는 물방울이라는 걸
나는 오늘도
눈을 감고 여행한다
태어나지 못한 나라,
불리지 못한 내 이름,
그리고 아직 쓰지 못한
다음 별 하나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