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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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슬픈 족속
슬픈 족속
박성진 시인
그믐달이 깃든 마을에는
늙은 소 하나와
먼 산만 바라보는 아이 하나가 살았다오.
그 아이는 이름도 고향도 흐릿하고
엄마는 저기 북쪽 바람 속에서 사라졌다 하였지요.
아버지는 국경 너머 어디서
돌도 깃도 없이 죽었다 한다오.
우리는 언제부턴가
말을 잃고, 노래를 잃고,
저 산 저편으로만 기웃거리는
그런 족속이 되었지라.
가마솥에 밥을 안쳐도
배는 고프고
봄이 와도
꽃은 피지 않더이다.
한 세상 울 일 많고
웃을 일은 잊혔고
우리 어멍은 마루 끝에 앉아
“에그그… 이 슬픈 족속…” 하고는
눈을 감더이다.
아, 나는 오늘도
달빛 아래 짚신 삼으며
그 이름 모를 조상들의 발자취를 찾소.
그러다 문득,
내가 그 족속이란 것을 깨닫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