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고 간다

시인 박성진

by 박성진

눈감고 간다


박성진 시인


눈 감고 간다 –


나는 지금

조용히 눈을 감는다


어둠은 두렵지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내 안에 자라고 있었다


이름 없이 지나간 날들

말 못 한 마음들

다 버리고

이제는 한 줌 바람이 되려 한다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고

누구에게 고백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아주 조용히

이 길의 끝에 선다


살아온 모든 시간이

짧은 숨결처럼 느껴진다

한 줌의 빛도

이제는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간다

눈을 감고

아무 말 없이

그러나 마음은 끝내

무언가를 지우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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