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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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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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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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또 다른 고향 –
나는
그믐달이 질 무렵
저잣거리서 터덜터덜 걸어와
고무신에 먼지를 잔뜩 묻히고
그믐 같은 마음으로 돌아왔지요
길은 참 멀고
배는 고프고
속은 텅 비고
근데도 어디선가
찬밥에 물 말아 주던 할머니 손이
문득문득 생각이 나더라고요
내가 왜 그랬는지
이제 와 돌아보면
다 허망하고
그때 그 사람들도
다 그냥 스쳐간 바람이지요
나는
이제 그 고향 말고
또 다른 고향이 생긴 것 같아요
그건 어디 산골짜기 이름난 데가 아니고
그저 내가
조금 착해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
그런 데요
이제부턴
좀 덜 아프고
좀 더 따뜻하게
말을 하고
밥을 먹고
사람을 보려고요
그게 내
또 다른 고향인가 보다 생각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