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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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참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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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
「참회록」
> 1.
나는 어느 날 저녁 무렵
바람 불고 하늘에 별이 하나 둘 떠오를 때
그만 내 속을 들여다보았소
거기에는 말 못 할 것들이
흙덩이처럼 굴러다녔고
오래된 죄와 부끄러움이
가슴께를 짓눌러오고 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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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는 나를 많이도 속였구려
고운 말 몇 마디로 내 손을 씻고
바른 사람처럼 고개를 들었지만
사실은 나는
어느 문풍지 틈으로 울던 개처럼
나약하고 어두운 것이었소
그날도 나는 남의 상처를 외면하고
내 발끝에 묻은 먼지만 털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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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머니,
당신이 묻어주신 그 이름이 부끄러워
나는 밤마다
무릎 꿇고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 앞에서
울었소
그것은 눈물도 아니고
기도도 아니고
그저 먼지 같은
참회였소
---
> 4.
이제는 나는
저 골짜기 뒷산 언덕
풀숲에 스미는 이슬처럼
이름 없이
남몰래 사라지고 싶소
아무도 나를 불러주지 않아도
다만 바람이 내 지난 죄를 알아
나뭇가지 흔들며
한숨 쉬어주면 그걸로 좋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