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시인 박성진

by 박성진

경부고속도로


현대 시조 6연

박성진 시인


경부의 길


1.


산천을 가르며 뚫었구나

논밭 대신 아스팔트 길 위에

쌩쌩 달리는 트럭들

“고무신 잃어버려도 괜찮소”

밥 대신 피땀 삼키며

청춘이 도로를 깔았네


2.


땡볕 아래 돌을 들추고

곡괭이 아래 쌍욕 피어날 때

웃으며 담배 한 대

“각하만 믿어주시오!”

그 말에 울컥한 사내

굴착기보다 더 우직했네


3.


소 팔아 서울 간 아버지

이젠 포장마차 말고도 간다

한강을 지나 대전

“이 길이 곧 경제다!”

지도엔 없던 희망선

대한의 맥박이 뛰었네


4.


기름냄새 꿈을 달리고

매연 속에도 나라가 컸다

수출 천만 불의 꿈

“조국 근대화의 길”

고속도로가 아니라

시간을 앞질렀도다


5.


속도는 곧 돈이 된다니

거북이도 달리겠다 했고

미래는 엔진 소리

“아리랑 고개 넘는다”

부모는 땀을 빚어서

자식은 공장에 꽃 피웠네


6.


이제는 추억의 길 되어

톨게이트마저도 웃고 있지만

그 길 위에 선 세월

“미워도 다시 한번

돌이킬 수 없는 추억

그 옛날이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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