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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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조
이어령 선생님의 3주기에
귀검이 가는 길에 — 이어령 3주기 추모 시조 <현대 시조 4연>
1.
말 한 자루 검처럼 쥐고
침묵 속 진실을 베던 선비
논어보다 먼저 사랑했고
죽음보다 삶을 새겼다
2.
물처럼 살아온 지성,
돌처럼 남겨둔 말씀들
"생은 질문이다" 한마디,
그 물음이 오늘을 적신다
3.
기계도 언어도 앞질러
사람의 본질을 본 이여
문명의 비탈길 끝에서
"너는 누구냐" 묻던 눈빛
4.
그 검, 칼집에 넣으시고
이제야 한숨 놓으시려나
그러나 남긴 글과 정신
후학의 심장에 꽂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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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평론 및 해설:
이 시조는 고대 무사가 검을 돌려보내듯, 언어의 칼날을 들고 세상과 싸우다 생을 마친 **이어령 선생의 ‘지성의 귀검(歸劍)’**을 그렸습니다. 그는 단지 사상가가 아닌, 언어의 장인, 문명의 해석자, 그리고 무엇보다 질문의 사람이었습니다. ‘죽음보다 삶을 먼저 생각한 철학자’였으며, ‘사람’을 중심에 둔 사유를 놓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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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문학·사유의 특징:
언어의 예리함: 비판보다 성찰, 개념보다 비유로 세상을 해석
지성의 통섭: 문학, 철학, 과학, 종교를 꿰는 다리 역할
죽음을 질문함으로써 생을 더 빛나게 조명
젊은 세대를 위한 끊임없는 질문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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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
삶은 정답이 아닌 질문으로 채워야 한다.
시대를 해석하는 지성은 결코 편하지 않다.
죽음 이후에도 '생각하는 정신'은 계속 살아있다.
*박성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