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사랑한 섬 청산도

시인 박성진

by 박성진

나의 사랑 청산도


박성진 시인


청산도 바다를 시인의 품에


1.


고요한 섬엔

파도도 시를 읊고

바람은 눕는다.

느림의 철학 속에

시간마저 숨 고른다.


2.


달빛이 젖어

조약돌을 닦으면

하루가 맑아진다.

시인의 붓끝 아래

청산도가 번져 간다.


3.


초분의 길 위

발자국도 머문다.

세상이 바쁜 사이

섬은 여전히 깊고

구름 한 장 멈춰 선다.


4.


갯바람 스며

풀잎조차 가만히

속삭임을 익힌다.

들숨조차 사색이니

여행은 곧 시이다.


5.


푸른 바다에

물든 구름이 내려

섬을 한번 안는다.

느림의 미학으로

세상의 속도를 벗다.


6.


한 척의 고요,

노를 젓는 이마에

땀 대신 꽃이 핀다.

삶이란 이토록도

아름다울 수 있구나.


7.


굴곡진 돌담,

세월을 안고 서서

말없이 웃고 있다.

슬픔도 머물다간

그 품 넓은 청산도.


8.


아무 말 없어

더 많은 걸 들려준

바다의 짙은 품속.

시는 눈이 아니고

가슴으로 듣는 것.


9.


은빛의 물결,

별빛이 수놓은 밤

섬 전체가 시집이다.

별 하나 주워 들고

마음에 불을 켠다.


10.


산책은 곧 꿈.

돌길에 쌓인 낙엽

삶의 휘모리 같다.

잠시 쉬어가라는

바람의 짧은 노래.


11.


저 멀리서도

푸르른 섬 한 자락

눈길을 잡아끈다.

누구든 이 풍경에

자신을 잊고 싶다.


12.


길을 걷다 문득

이 섬이 내게 말했다.

“너도 충분히 빛나.”

고요한 위로처럼

하늘이 내게 쏟아진다.


13.


바다는 시고,

섬은 그 시의 종지.

여백이 많은 음악.

그 속에 나도 젖어

잃었던 나를 만난다.


14.


관광이 아닌

사색이 머무는 땅.

청산도는 묻는다.

“속도 말고 방향을

너는 어디로 가니?”


15.


세상 끝에도

이 섬 하나 있으니

우리의 숨은 잊지 말자.

느리게 살아보는

그것이 곧 혁명이다.


16.


청산도여,

너는 바다를 품고

시인을 품었구나.

세계가 너를 따라

고요 속에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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