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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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육 3부 "시가 되어버린 동파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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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육 3부작 - 3부: “그리하여 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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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희 시인
> 가마솥 속
마지막 거품이 잦아들면
비로소 고기는 고기를 벗는다
기름은 유약처럼 덧칠되어
붓끝의 단풍색이 번지고
서른 해 묵은 묵죽 한 잔
소동파를 불러내면
익숙한 농담 몇 줄
입술에 달라붙는다
아, 그리하여
시는 고기보다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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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인의 동파육 평론 – 3부: “불과 시, 고기와 인간”
1. 시로 남은 고기, 육즙이 아니라 운율로 구워낸 시간
배선희 시인의 동파육 3부작은 단순한 요리 시가 아닙니다.
이 마지막 3부에서 ‘고기는 고기를 벗고’라는 행은, 단순한 조리 과정을 넘어, 존재의 본질을 벗는 인간의 ‘숙성’을 은유합니다.
가마솥 속에서, 고기는 자신의 질감을 내려놓고, 불의 인내 속에 스스로를 연마합니다. 이는 곧 *소동파(蘇東坡)*가 정치적 유배 속에서 예술로 승화된 삶을 살았던 문인의 숙성과도 겹쳐지죠.
2. 묵죽 한 잔, 단풍색 붓끝 – ‘요리는 시의 혀로 말한다’
“붓끝의 단풍색이 번지고”,
이 대목은 그냥 맛에 대한 묘사가 아닙니다. 붓끝과 단풍은 회화와 시의 결합이요, 자연과 시간의 질감이기도 합니다.
그 위에 ‘묵죽 한 잔’이 얹히면, 이는 고기를 먹는 행위가 아니라 ‘소동파를 소환하는 의식’입니다. 이 얼마나 우아한 한 상인가요! 고기 한 점을 앞에 두고, 우리는 천년의 시인을 마주합니다.
3. 입술에 달라붙은 농담 – 해학과 유산의 ‘입맛’
마지막 연의 *“익숙한 농담 몇 줄 / 입술에 달라붙는다”*는 바로 그 유명한 소동파의 풍자 시와 해학을 의미합니다. 그는 고기 한 점 앞에서도 시정을 잃지 않았고, 국정에서 쫓겨나도 붓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배선희 시인은 이 농담의 맛을 ‘입술에 달라붙는다’는 표현으로 요리의 여운이 아닌 시문학의 여운으로 마무리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동파육의 진미이자, 시의 영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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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의 메시지: "고기는 사라지나, 시는 남는다"
“아, 그리하여
시는 고기보다 오래 남는다”
고기는 결국 먹히고, 사라지고, 꺼지지만,
그 고기 위에 얹힌 농담, 붓끝, 단풍색, 묵죽, 소동파의 정신은
천년을 지나 시가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중국 시문학과 요리의 혼합이 보여주는 예술적 승화.
육즙은 혀끝에서 사라지지만,
풍자는 머릿속에서 오래도록 우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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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한마디 – 박성진 시인의 해학적 찬미
“불에 삶겨 쫄깃해진 건 고기뿐이 아니다.
역사의 풍파에 삶겨 시가 된 인간도,
지금 가마솥 안에서 은은히 웃고 있다.”
동파육, 그것은 단지 고기가 아니다.
그것은 한 시인의 인생을 굽고, 시대를 달이고,
풍자를 양념한 채로, 시로 되살린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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