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여명

박성진 시인

by 박성진

현대 시조 여명



**현대시조 「여명」


박성진 시인 지음


어둠 깊이 불던 바람

밤을 꿰매던 별조차

숨죽여 떨고 있던 시간


잿빛 허공, 무릎 꿇고

붉은 숨결 하나 떠올라

산마루 가장자리 스며든다


돌아오지 않을 밤

속죄하듯 물든 하늘

새벽, 그 첫 숨을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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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여명, 어둠의 침묵을 찢는 순결한 탄식"


박성진 시인의 현대시조 「여명」은 윤동주 시인의 시정신을 정교하게 끌어와 현대의 감각으로 정제한 장시조다. 이 시는 단순한 새벽의 묘사에 그치지 않는다. ‘밤’은 시대의 억압과 양심의 침묵, ‘여명’은 그 억압을 뚫고 나오는 내면의 각성과 희망으로 형상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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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동주의 언어를 빌린 정신의 여명


윤동주 시인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 읊으며, 양심을 지키기 위한 시인의 숙명을 고백했다. 박성진의 여명 또한 마찬가지다.


> “돌아오지 않을 밤 / 속죄하듯 물든 하늘”은

과거의 침묵과 방황, 내면의 갈등을 마주하며 다시는 그 어둠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윤리적 선언이자 시인의 참회다.




‘밤을 꿰매던 별조차’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등장하는 별의 상징성을 계승하여, 암흑 속에서도 진실을 꿰매던 존재, 즉 시인의 혼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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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형식적 실험과 감각의 융합


현대시조의 형식을 통해 이 시는 전통적 리듬감과 현대적 정서를 성공적으로 융합시킨다. 3연 6행 구성은 시조의 구조적 안정감 속에서도 유연함을 준다.


1연: 어둠과 고요의 절정


2연: 여명의 미세한 움직임


3연: 과거의 정화와 새로운 각성



‘붉은 숨결 하나’는 단순한 색감이 아닌, 심장을 치는 윤리적 각성을 상징하며, 시 전체에 숨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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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결한 언어로 부활한 시인의 혼


윤동주 시의 언어는 늘 순결하면서도 고통을 품은 맑음이었다. 박성진 시인의 언어 또한 장식 없이 절제되어 있다.

예컨대 “무릎 꿇고”나 “문다” 같은 동사 선택은 불필요한 설명 없이 독자의 감각에 직접 와닿는다. 이 시는 거창한 희망이 아닌, 숨죽인 각성과 고요한 재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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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여명은 언제나 '자기 앞의 생'을 걷는 자의 몫이다


박성진의 「여명」은 윤동주의 시가 그러하듯, 한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혁명이다.

그 여명은 결코 외부에서 주어지지 않는다.

밤을 스스로 견디고, 죄의식과 무력함을 껴안으며, 비로소 맞는 첫 빛이다.

그 여명 앞에서 우리는 다시 시를 쓰고, 다시 인간이 된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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