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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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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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 서시 (原文)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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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동주의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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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문학적 시각: 순수서정의 정수, ‘내면 윤리의 시’
윤동주의 「서시」는 시인이 젊은 나이에 쓴 시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내면의 윤리적 진실성과 아름다운 시어로 가득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첫 구절은 마치 유언처럼, 자신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신념과 도덕적 다짐을 보여준다.
시의 언어는 매우 절제되어 있고, 장식적이지 않으면서도 극도로 고결하다. 이는 서정시의 진수로 평가된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감수성은 시인의 섬세한 도덕의식과 자아성찰을 보여주는 명구다.
> 이 시는 ‘청춘의 시’인 동시에 ‘영혼의 윤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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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역사·시대적 시각: 침묵 저항의 시
1941년, 일제의 강압 속에서 윤동주는 자신의 본명조차 가릴 수밖에 없던 시대.
이 시는 겉으로는 내면의 정결함을 노래하지만, 사실상 당대 지식인으로서의 자기반성과 무언의 저항의식을 담고 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대목은 그저 아름다운 이상이 아니라, 민족의 수난과 아픔까지 포용하고자 하는 정신적 자세다.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문장은, ‘민족 시인’으로서 자신이 걸어야 할 정의롭고 외로운 길을 암시한다.
> 이 시는 ‘저항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대문학에서 간과되기도 했지만, 실은 가장 고결한 형식의 저항시라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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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철학적 시각: 존재와 윤리의 상징시
“하늘”, “잎새”, “바람”, “별” 등 시에 등장하는 자연 이미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존재론적 상징이다.
“하늘을 우러러”는 초월자(하늘/신) 앞에서의 부끄럽지 않은 존재를 꿈꾸는 윤리적 인간상이다.
‘잎새에 이는 바람’은 인간 존재의 미세한 감정과 양심의 떨림. 이는 하이데거식 ‘현존재(Dasein)’의 자각과도 연결 지을 수 있다.
윤동주의 존재론은 *“내가 무엇을 하며,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근본 물음으로 수렴된다.
> 이 시는 ‘살아가는 존재의 철학’을 정직하게 품은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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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윤동주의 내면 분석: 부끄러움의 시학
윤동주의 모든 시에는 “부끄러움”이라는 정서가 반복된다. 「서시」는 그 정서의 근원이다.
이 시에 드러나는 ‘부끄러움’은 단순한 수치심이 아닌, 세상과 나 사이의 도덕적 불균형에 대한 예민한 자각이다.
시인은 자기 자신을 단죄하거나, 거창한 선언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괴로워했다”**고 고백함으로써 양심과 감정이 교차하는 시학을 보여준다.
> 윤동주의 시는 “순결한 시인이 되기 위한 고백”이자 “죄의식과 꿈 사이의 방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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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형식미학적 분석: 간결한 시어, 깊은 울림
이 시는 매우 짧고 단순한 구조를 지녔으나, 그 내면에는 시적인 깊이와 상징성이 가득하다.
구어체 문장처럼 평이하지만, 리듬감과 묘사성이 탁월하다.
“별이 바람에 스친다”는 마지막 행은 청각과 시각을 결합한 시각적 이미지, 동시에 시간의 흐름 속 윤회성까지 담겨 있다.
> 간결한 언어 속에서 드러나는 시적 고요와 철학은 정제된 서정성의 완성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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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윤동주의 『서시』, 시인의 삶이 시가 된 문장
「서시」는 그저 서정적인 한 편의 시가 아니다. 그것은 시인의 삶 자체가 고백처럼 드러나는 정신의 유언이다.
이 시는 독자에게 “당신도 그렇게 살 수 있는가?”라고 묻는 윤리적 질문이자 예술적 도전이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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