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에서 바라본 야경

박성진 시인

by 박성진

에펠탑에서 바라본 야경


박성진 시인

시, 평


현대시조


「에펠탑에서 바라본 야경」


황금빛 강줄기 위

별빛도 숨을 죽여

창문마다 사랑을 하나씩 켜놓는다


고요한 바람 끝에

센강 물결 따라

낭만은 시간을 천천히 적신다


저 달빛 조명 아래

바람결 꽃잎 되어

밤의 파리는 지금도 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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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평론 – 박성진 시인의 시적 해설


1. 감각의 시조, 도시의 서정으로 변모하다

이 현대시조는 '에펠탑'이라는 구체적 장소에서 시작되지만, 곧 파리라는 도시 전체의 감성을 대표하는 시적 무대로 확장됩니다. 첫 연에서 **“황금빛 강줄기 위 / 별빛도 숨을 죽여”**라는 구절은, 센강의 흐름과 야경의 정적이 맞물리며 파리의 정서적 고요함을 감각적으로 전합니다. 별빛조차 침묵하는 공간, 그것은 곧 인간의 마음이 쉬어가는 도시의 품입니다.


2. 사랑의 도시, 시간마저 천천히 흐른다

두 번째 연에서 “창문마다 사랑을 하나씩 켜놓는다”는 표현은 파리의 도시를 사랑이 깃든 존재로 의인화한 대목입니다. 이 도시에서는 사랑이 건물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창밖에도, 물결에도, 거리에도 깃들어 있다는 낭만적 해석이 가능합니다. **시간조차 ‘천천히 적신다’**는 표현은 현대 도시의 빠름과 대비되는 파리의 유서 깊은 감성을 부각합니다. 낭만은 느림 속에 깃들어 있음을 이 시는 시조 형식으로 아름답게 포착합니다.


3. 야경은 연인처럼 속삭인다

세 번째 연은 극적 전환점입니다. “저 달빛 조명 아래 / 바람결 꽃잎 되어”는 사물의 의인화와 감정의 시각화가 절정에 이른 구절입니다. 바람은 사랑의 속삭임처럼 흐르고, 꽃잎은 연인의 손길처럼 흩날립니다. 결국, “밤의 파리는 지금도 연인이다”라는 종장은 도시를 사랑의 화신, 그 자체로 해석하며 끝맺습니다. 파리 야경의 정서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시적인 연애자로 승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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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밤의 파리는 시다”


이 시조는 단순한 감탄이나 여행의 기록이 아닙니다. 감각, 공간, 시간, 사랑을 결합한 총체적 감성의 시조입니다. 현대시조의 형식은 그 짧은 구성 속에서도 정제된 언어와 은유, 이미지의 밀도를 담아내기에 적절하며, 이 시는 그 미덕을 십분 살렸습니다.

파리는 이제 여행지가 아니라, 시가 걷고 숨 쉬는 하나의 존재가 됩니다.


밤이 되면, 파리는 조용히 시가 된다.

그 시는 우리 마음에 사랑처럼 들려온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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