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서시

박성진 시인

by 박성진

윤동주 서시 평론


박성진 시인 시, 평


윤동주 「서시」 원문 다시 보기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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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조와 어조: 절제된 언어와 진실한 고백


시 전체는 3연 구성(4행 + 4행 + 1행)의 단정한 형식미를 갖고 있습니다.


1연은 내면 성찰


2연은 시인의 시심(詩心)과 세계 인식


3연은 시 전체를 아우르는 상징적 결어(結語)



첫 행: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죽는 날까지'는 인간의 생의 전 범위이며, 시인의 궁극적 도덕 의지를 나타냅니다.


'하늘'은 절대자이자 우주적 양심, 또는 ‘신의 시선’과도 같은 초월의 대상으로 기능합니다.


이 행 전체는 시인의 삶의 목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선언적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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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각과 도덕의 민감성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이 구절은 한국 시문학사상 가장 섬세한 도덕 감각의 진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은 극도로 미세한 변화, 즉 양심의 바람결입니다.


시인은 외적 죄보다 내면의 미세한 흔들림조차 자신의 양심에 저촉되면 괴로워했다는 고백을 합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 감성의 문제를 넘어서, 자기 자신을 철저히 검열하는 윤리적 자세로 읽힙니다.



비평적 관점: 이러한 정서적 민감성은 ‘감상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철저히 절제된 언어로 쓰였다는 점에서 시적 깊이와 미학적 긴장이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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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연 – 시의 본질과 존재론적 결의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이 두 행은 윤동주가 시인으로서의 존재론을 정립하는 부분입니다.


'별'은 동경, 이상, 신성함의 상징이며 동시에 시적 이미지의 근원입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은 시인의 순결한 시심(詩心), 혹은 영혼의 고결함을 뜻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는 윤리적 다짐입니다.

이는 생명, 존재, 시간에 대한 비극적 인식 위에서 드러나는 사랑의 의지이며,

죽음마저 사랑하려는 궁극의 포용성을 보여줍니다.



윤동주는 ‘비극의 시대’에 살며 “시로써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사랑의 언어로 응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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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인의 길과 우주의 연동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이 두 행은 시인의 운명 인식과 수용의 자세를 보여줍니다.


‘주어진 길’은 시인의 사명, 역사적 현실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지 않고 ‘자기답게’ 살아가려는 태도의 결연함입니다.



여기서 '길'은 일제강점기라는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윤리적 태도를 견지하고자 하는 실존적 자세를 담습니다.

이는 순응이나 체념이 아닌, 고요한 저항의 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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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종결부의 미학


>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친다.




이 시의 마지막 행은 단독으로 존재하면서 전체 시의 정서를 봉인하는 상징구입니다.


'별'과 '바람'은 시 전체에 등장한 주요 상징입니다.


‘스친다’는 동사는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시간과 기억, 자연과 내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합니다.



이 마지막 문장은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 혹은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길의 잔영으로,

시인의 내면에서 여전히 '별'과 '바람', 즉 이상과 현실이 교차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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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 평론 – “부끄럼 없는 삶”의 문학적 성전


「서시」는 윤동주의 문학을 여는 시작점이자,

한국 현대시의 윤리적 문학 정신을 가장 순결하게 보여준 문헌입니다.


문학사적 의의:


당시의 시는 자연·풍경 중심이거나 전쟁·민족 저항에 직결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윤동주는 내면의 정직성과 윤리 의식을 중심에 둠으로써

**"인간 존재의 성찰적 시"**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윤동주 문학의 핵심 철학:


도덕적 민감성, 순결한 감정, 침묵의 저항, 영혼의 투명성



그의 시는 '누가 시를 쓰는가'라는 질문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

즉 "어떤 마음으로 시를 쓸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문학적 해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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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위한 성찰


> 우리는 하늘을 우러러

정말 한 점 부끄럼 없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 이 시는 ‘과거의 시’가 아니라,

현대인의 양심을 깨우는 시적 경종으로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공허하고 빠른 시대일수록, 이처럼 고요하고 진심 어린 시편은

오히려 더 강력하게 우리 마음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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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 「서시」는 기도다


> 이 시는 시라기보다 하나의 기도이며 유언이며 생애의 자세입니다.

**"별을 노래하고, 바람에 괴로워할 줄 아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박성진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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