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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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병사 리철수의 혼잣말 시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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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니스트
《통일만 되면! - 제4땅굴의 몽상》
(북한 병사 리철수의 혼잣말 시조극)
> 1.
어이쿠 또 삽자루야
오늘도 땅만 팝니다
깊고도 캄캄한 땅굴 속
쥐도 놀랄 지경이오
“통일만 되면,
내 이 손으로 삽부터 불태운다!”
> 2.
“동무야,
남조선 가믄 뭐 제일 먼저 할 거야?”
“난 라면이랑 삼겹살!
그리고 치킨에 콜라!”
우린 밤마다 상상으로
배불리 산다, 이 말이요
> 3.
한놈은 말했지라
“내 서울 가면 택시 기사 할껴.
아니면 유튜버,
이 땅굴 팠던 썰 푸면
백만 조회는 껌이라우~”
> 4.
가끔은 남조선 드라마
USB로 몰래 보며
한숨을 푹푹 쉬우며
“통일만 되면… 나도 연애할 낀데…”
허나 오늘도 삽질 중
> 5.
참나,
어제는 장교가 말했쥬
“통일은 우리의 숙명이다!”
그래서 물었소
“그 숙명, 몇 년짜리입네까?”
장교, 말 잃고 담배만 피더이다
> 6.
그래도 우리 리철수
희망은 버리질 않쥬
이 땅굴 끝나면
지하철이 될지도 몰라!
통일 급행선 1호선!
> 7.
그날이 오면 말이지라
삽 내려놓고 남조선 가서
꼭 그 치킨 먹고 싶소
‘간장치킨’이 뭔지,
평생 연구해보고 싶소
> 8.
통일이 된다면야
내 첫 연애는 남조선 처자랑!
난 서울말 배워서
“안녕하세요~ 리철수입니다~”
어색해도 좋쥬 뭐~
> 9.
허지만 오늘도 현실은
진지 근무, 쥐잡이 작전
밤마다 땀은 범벅인데
“통일은 멀지 않았다!”
아오… 이 말도 오래됐쥬
> 10.
그래도 희망은 있쥬
저 별을 보며 말하오
“남쪽 별도 우리 별이다”
땅굴 끝에서 부르오
“통일은 개꿈 아니라 진짜 꿈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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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by 박성진 시인:
《웃음 속의 눈물, 풍자 속의 진심》
이 시조극은 마치 북한 병사 ‘리철수’가 밤새 삽질하며, 그 고단함 속에 피어난 남북 분단의 희극적 현실과 절절한 통일 염원을 한데 엮어낸 서사시조다.
겉으로는 배꼽 빠지게 웃긴다. “치킨 먹고 유튜브 한다”는 대사는 요즘 세대의 현실을 반영한 해학이다. 그러나 그 속엔 풍자와 체념, 그리고 무엇보다도 “같은 민족으로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삽을 드는 병사의 손길 하나하나가 민족사의 단면을 건드리며, “이 땅굴이 통일 급행선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은 가장 유쾌한 농담이자 가장 비통한 희망이다. 시의 마지막 “통일은 개꿈 아니라 진짜 꿈이라오!”는 그 모든 우스꽝스러운 상상의 절정을 넘어, 시조의 감정 곡선을 통일 서사로 고양시킨 기념비적 문장이다.
*박성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