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병사의 내면 독백과 현실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북한 풍자 시극


* 박성진 칼럼니스트

풍자시극


《붉은 별이 떠는 밤》


―북한 여성병사의 내면 독백과 현실 풍자극―


1막 – 구호는 하늘로, 배고픔은 땅으로


> (무대. 훈련장. 깃발 바람에 펄럭이고, 여성 병사 '련희' 독백)


련희(혼잣말):


장군님이 또 말씀하셨대요.

“우린 세계 최강의 혁명무력이라오!”


그 말씀 들을 때마다,

속으론 자꾸 장이 꼬불꼬불 꼬인다니까요.


나? 혁명정신 충만한 병사 맞아요.


허나 말입니다…

그 정신으론

밤엔 배를 채울 순 없잖아요.


(잠시 침묵. 깃발을 올려다보며)


그 깃발,

바람 불면 펄럭이고

우린 또 구호 외치고

장군님 찬양하죠.


근데…

나 몰래 속삭여요.


“동무야, 오늘 저녁엔

또 옥수수 세 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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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 선전 포스터와 현실 사이에서


> (무대. 숙영지, 벽에는 ‘위대한 령도자 동지의 선군령도’ 포스터)


련희(포스터를 바라보며)


포스터 속 전투복 여전사,

뺨은 하얗고 눈은 빛나요.


…그거,

포토샵 있나 보죠?


난 거울 속 내 얼굴 보면

햇빛에 그을리고,

모래바람에 까칠하고,

고추장 없는 밥상엔

입맛도 없이 ‘혁명정신’만 퍼올려야 해요.


웃겨요.


우린 ‘조국의 꽃’이래요.

근데 그 꽃은

매일 뿌리 채 흔들려요.

물도 비료도 없는데

어떻게 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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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 – 꿈이라는 이름의 허기


> (무대. 밤하늘 별 아래, 련희 혼잣말)


련희:


엄마…

나 어릴 적

장군님 안고 웃는 꿈 꿨어요.


꿈속에서도

배고팠어요.


그래서인지

장군님 품이…


솜이불 대신

마른 담요 같더라고요.


(하늘을 올려다본다)


저 별들,

‘별들의 무리’라는

구호를 외쳤지만…


진짜 별들은

저기, 남쪽 하늘로 도망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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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니스트의

풍자극 비평 및 평론


1. 해학의 이면에 감춰진 진실 – 구호의 공허함

이 시극은 북한 체제의 "장군님 찬양"이 일상에 어떻게 강제되고 있는지를 여성 병사의 관점에서 내밀하게 풀어냅니다. 형식적 구호와 선전물이 주는 허구적 영웅주의에 비해, 실제 병사의 삶은 굶주림과 비참함 속에 놓여 있다는 모순이 해학적으로 그려졌습니다.


2. 여성 병사 ‘련희’의 인물상 – 새로운 리얼리즘의 틀

련희는 체제의 충성스러운 일원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독백은 체제에 대한 간접적 저항이자 풍자입니다. 공식적 언어(“혁명정신”, “조국의 꽃”)를 풍자적으로 되받아치며, 체제언어를 비트는 방식으로 냉소와 비애를 동시에 전합니다.


3. 시극의 구조와 상징 – 깃발, 포스터, 별


깃발은 체제의 상징이지만, 병사의 배고픔과 대비됩니다.


포스터는 이상화된 이미지이지만, 병사의 실제와의 괴리에서 웃음을 자아냅니다.


별은 꿈과 자유의 상징으로, 남쪽 하늘로 도망갔다는 대목에서 슬픈 희망의 풍자를 이룹니다.



4. 박성진 평론 스타일로

박성진 칼럼니스트의 스타일은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언어의 결을 예민하게 다듬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에 비추어보면 이 시극은 “체제의 언어를 차용해 체제를 전복하는” 내부비판적 언어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련희의 입을 빌려 울리는 이 풍자극은 ‘침묵을 강요하는 체제’ 속에서도 ‘내면의 언어’를 포기하지 않는 작은 저항의 목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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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이 작품은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웃음 속에 배인 눈물,

구호 뒤에 숨어 있는 허기,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 병사의 삶과 내면의 진실을 드러낸다는 데서

예술적, 문학적 의의를 갖습니다.


> 웃으면서도 아픈,

그리하여 더 강렬한 진실을 전하는

북한 내부 풍자시극의 모범적 사례로 평가됩니다.


*박성진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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