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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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은 나의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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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니스트
현대시조 원문
《배고픔은 나의 조국》 – 이름 없는 북한 여성병사의 독백
새벽밥도 끼니라며
솥뚜껑 핥던 기억
꿈에도 찰밥 냄새 그립소이다
입 막힌 내 아랫목엔
사상검열 기침뿐
쌀보다 많은 구호, 말보다 긴 굶주림
남쪽은 불온하다며
전깃불을 꺼놓고
별을 반찬 삼으며 어둠을 씹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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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진 시인의 평론
《굴절된 고향, 희망을 씹는 독백》
이 시조는 ‘이름 없는 북한 여성병사’라는 목소리를 빌려, 절박한 생존의 현실과 자유를 갈망하는 내면의 울음을 독백 형식으로 드러낸 강렬한 시적 풍자극이다.
“솥뚜껑 핥던 기억”
첫 연은 *“새벽밥도 끼니라며 / 솥뚜껑 핥던 기억”*이라는 강렬한 이미지로 시작된다. 이는 실존적 배고픔을 해학으로 버무린다. 굶주림이 사상이 되고, 끼니마저 체제의 미화 대상이 된 현실을 꼬집는다. *“꿈에도 찰밥 냄새 그립소이다”*는 구수한 표현 속에 체제의 결핍을 드러내며, 북한식 선전 구호의 무의미함을 풍자한다.
“사상검열 기침뿐”
둘째 연에서는 언어의 자유는커녕 기침 소리마저 검열 대상인 ‘사상’의 감옥이 등장한다. 사상이 쌀보다 많다는 말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생존을 희생시킨 북한의 실상을 찰나처럼 포착한 명구다. *“말보다 긴 굶주림”*은 시인의 독백이 아니라, 조선의 전체 인민이 앓는 슬픈 농담이다.
“별을 반찬 삼으며 어둠을 씹었소이다”
셋째 연에서는 전기의 결핍과 사상의 허위가 동시에 등장한다. *“불온하다며 전깃불을 꺼놓고”*는 정보의 차단, 진실의 어둠을 상징하며, *“별을 반찬 삼으며 어둠을 씹었소이다”*는 백일몽 같은 시어로 북한의 야경 아닌 암흑을 절묘히 풍자한다. 웃기지만 눈물이 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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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결
이 시는 북한의 여성병사를 단순한 체제의 부속품이 아닌, 감성과 언어의 주체로 등장시킨다. 여성병사의 입을 통해 선전된 ‘강성대국’의 허위를 드러내며, 동시에 그녀의 배고픔과 자유의 갈망을 ‘사상의 굶주림’으로 전환시킨다.
그녀는 비난이 아닌, 한 줌 풍자와 해학으로 조용히 외친다. “배고픔은 나의 조국이 아니라고.”
그것은 총보다 날카로운 시어이며, 그녀의 독백은 언젠가 통일의 합창으로 바뀌리라는 조용한 예언이기도 하다.
*박성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