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도산에 오르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줄도산에 오르다



현대 시조


〈줄도산에 오르다〉

– 북한 남성병사의 해학 시조, 박성진 시인 해학 변주


줄도산에 오른 몸뚱이만 푸르르다

진급도 밥도 없고 장군님 사진뿐이네

총보다 더 무서운 건 배꼽 소리다.


겨울 내내 동상마다 혁명의 꽃이 핀다

부대장은 "남조선은 썩었네!" 소리친다

근데 왜 밤마다 미제라면 꿈꾸는가?


땅굴 파며 생각한다, 이게 군사작전인가

허리 굽힌 채 파고드니 고개 숙인 민심

사상은 위대하나 속은 텅 빈 깡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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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론 : 해학 속에 울리는 공복의 진실 – 박성진 시의 해학정신으로 읽다


이 시조는 단순한 군인체험담이 아니다. 이는 군복을 입은 자의 껍질 너머, '북한'이라는 체제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병사의 고단하고 비극적인 자기 풍자이자 체제비판이다.


**1. '줄도산에 오른 몸뚱이'**는 군사훈련을 받는 북한 병사의 현실이다. 하지만 “진급도 밥도 없고 장군님 사진뿐이네”라는 대목은 가혹한 현실을 웃음 뒤에 숨긴 비극의 아이러니를 전달한다. 배가 고픈데, 진급도 못하고, 밥도 없고, 오직 '장군님의 얼굴'만 있다. 그 허무함과 억지로 내뱉는 충성심이 조롱처럼 들린다.


**2. ‘총보다 무서운 배꼽 소리’**는 북한 시조문학의 최고 풍자이다. 이 시구는 ‘총칼의 위협보다 굶주림이 더 두렵다’는, 사상보다 생존이 우선이라는 원초적 인간성을 폭로한다. 이는 북한의 허구적 선전이 무너지는 지점을 상징한다.


3. 땅굴과 ‘고개 숙인 민심’의 중의적 구조는 박성진 시인이 자주 구사하는 다층적 해학 기법이다. 겉으로는 단순한 군사작전처럼 보이지만, 그 실상은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숙이며, 민심마저 무너져가는 현실’을 비추고 있다.


**4. 마지막 연의 ‘사상은 위대하나 속은 텅 빈 깡통’**은 김정일, 김정은의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깡통 정치'의 실체를 폭로한다. 이는 마치 껍데기만 남은 ‘인형 정치’, 그 빈 껍데기에 속아 사는 민중들의 운명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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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시 정신의 맥락


박성진 시인은 현실 풍자에 윤동주적 내면성과 한국적인 해학 정신을 결합한다. 이 시조에서도 단순한 북한 병사의 삶을 소재로 삼았지만, 그 속에는 체제의 모순, 허기와 명령의 충돌, 억압된 개개인의 숨결이 스며 있다.


그의 시 정신은 **"웃으며 말하지만, 끝내 웃을 수 없는 진실"**을 품는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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