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님 덕분이래요?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장군님 덕분이래요



* 현대시조 원문


《장군님 덕분입니다》

– 박성진 시인 창작, 북한 여성병사의 해학시 –


장군님 덕분이래요

밥 대신 혁명정신

구호 한 그릇에 체한 날이 서너 해요


총알보다 날쌘 말들

진지보다 앞선 선전

웃다 울다, 꿰맨 입술이 다시 뜯어졌죠


오늘도 충성의 발끝

제식훈련 돌고 돌아

꿈마저 기어가는데 입은 웃으랍니다




평론: “웃음 뒤에 숨은 절규 – 분단의 가장 낮은 목소리”


글 | 박성진 (칼럼니스트, 시인)


이 시조는 북한의 여성병사가 ‘해학’과 ‘풍자’로 말하는 내면의 이중세계를 탁월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1. ‘장군님 덕분’이라는 이데올로기의 아이러니


시의 첫 연은 “장군님 덕분이래요”라는 말로 시작된다. 북한 선전의 상투적 구절이자, 체제를 유지하는 이념적 포장지다.

그 아래 “밥 대신 혁명정신”, “구호 한 그릇에 체한 날”이라는 표현은,

말로 배를 채우려는 기괴한 체제의 허상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체했다’는 표현은 단순한 해학을 넘어, 억압된 현실에서 감정조차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는 내면의 고통을 담고 있다.


2. 군사와 언어의 역전 – 총알보다 빠른 선전


두 번째 연에서는 “총알보다 날쌘 말들”이라는 비유가 등장한다.

여기서 말은 곧 선전이고, 선동이며, 체제 유지의 도구다.

북한은 총보다 언어로 사람을 길들인다.

“웃다 울다, 꿰맨 입술이 다시 뜯어졌죠”는

억지웃음 속 진실의 누출, 즉 숨겨진 울음의 폭발이다.

‘꿰맨 입술’이라는 이미지에서는 자유로운 언표가 허락되지 않은 사회의 폭력성이 선명히 드러난다.


3. 훈련된 몸, 기어가는 꿈, 웃는 입


마지막 연은 체제에 길들여진 몸과 내면의 분열을 보여준다.

“충성의 발끝”, “제식훈련”, “입은 웃으라”는 표현은

북한 군대식 훈육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 밑에는

“꿈마저 기어가는데”라는 시인의 날 선 시선이 있다.

꿈조차 똑바로 서지 못하는 현실, 기어가는 꿈은

분단된 민족의 비애를 대표하는 메타포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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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해학은 비명이다


이 시조는 단지 ‘웃긴 시’가 아니다.

웃음 속에 통곡이 배어 있고, 풍자 속에 절규가 묻혀 있다.

북한 여성병사라는 존재는 이념과 굶주림, 명령과 침묵 사이에 끼인 존재다.

그들이 읊는 시는 체제의 모순을 폭로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상처를 쓰다듬는 문학적 반항이다.


박성진 시인은 이 현대시조에서 북한 현실의 미세한 비틀림,

그리고 그 속에 살아 있는 여성의 육성과 영혼을

해학과 서정의 균형 위에 섬세하게 얹고 있다.


이런 작품은 남북문학 통합의 단초로서도,

혹은 새로운 분단문학의 미학적 지평으로서도 의미를 지닌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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