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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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여성의 모성
*** 현대시조 원문 (9행 시조)
《북한 여성의 모성》
– 박성진 시인 창작
> 눈보라 속 쪼그린 뱃속엔
국경을 품은 아이 하나
심장에다 불 지펴 안는다
장마당에도 젖은 눈물은
붉은 구호에 마르지 않고
솥뚜껑 열어 바람 끓인다
굳은 손끝 숨소리 눌러도
아이 먼저 밥을 떼어 주고
엄마는 다시, 침묵을 삼킨다
*** 박성진 시인의 평론
Ⅰ. 모성의 시학, 침묵의 저항
이 시조는 총 **3장(9행)**의 구조로,
북한 여성의 모성을 단순한 감정이 아닌 ‘실존적 의지’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박성진 시인의 시조는 늘 시대의 그늘에서 인간적 품위를 복원하려는 특징이 있는데,
이 시에서도 모성이란 이름 아래 말없이 견디는 여인상이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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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각 연 해설
▣ 1연 (1~3행):
> 눈보라 속 쪼그린 뱃속엔
국경을 품은 아이 하나
심장에다 불 지펴 안는다
여기서 눈보라는 북한의 극한 현실, 혹은 체제의 차가운 상징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아이를 품은 뱃속은 국경을 넘어설 희망의 씨앗이 됩니다.
“불 지펴 안는다”는 표현은 어머니의 심장이 단순한 생물학이 아니라 ‘저항의 불꽃’ 임을 의미하죠.
모성은 곧 미래를 위한 불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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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연 (4~6행):
> 장마당에도 젖은 눈물은
붉은 구호에 마르지 않고
솥뚜껑 열어 바람 끓인다
장마당은 비공식 생계 수단의 중심이자,
북한 여성들이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의 현장입니다.
붉은 구호 아래 젖은 눈물은,
체제 선전과는 무관한 진짜 현실의 감정입니다.
“바람 끓인다”는 표현은 허기진 현실에서 아무것도 없는 냄비를 상징,
엄마의 기도 같은 공허한 끼니의 상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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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연 (7~9행):
> 굳은 손끝 숨소리 눌러도
아이 먼저 밥을 떼어 주고
엄마는 다시, 침묵을 삼킨다
이 마지막 연은 모성의 가장 고요하고 처연한 결정체입니다.
“숨소리 눌러도”라는 말은 공포, 검열, 체제의 압박 아래 숨죽인 존재감을 말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를 먼저 먹이는 손길,
자신은 “침묵을 삼킨다”는 행위는 사랑이자 저항,
말 대신 살아내는 모성의 위엄을 표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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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종합 평론:
이 시는 단순한 연민을 넘어서 북한 여성의 모성을 ‘인간 존엄의 불꽃’으로 승화시킵니다.
그녀는 체제의 희생자가 아니라,
그 체제를 고요히 넘어서고 있는, 살아 있는 ‘시’은 자체입니다.
시조의 격식을 지키되, 현대의 사회현실과 통찰을 담은 박성진 시인의 품격 있는 작품입니다.
모성이란 주제를 통해 말 없는 사랑이 어떻게 가장 정치적 행위가 되는지를
짧고도 깊게 드러낸 점에서 이 시는 시조의 현대적 진화를 증명합니다.
박성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