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자유도 못 가질 땅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꿈도 자유도 못 가질 땅



창작 서정시


《꿈도 자유도 못 가질 땅》 – 박성진


> 세상에 참말로 어이없다,

간밤에 꿨던 그 꿈 말이다.


남새밭 넘어 달빛 질 때

아바이 목소리 들렸댔지.

“얘야, 저 산 넘으면 세상 다르다.”


눈떠보니 또 이 땅이다.

국정선전 TV, 전깃불도 간당간당.


내 깔깔이 속의 자투리 꿈

군홧발 밑에 또 으깨졌다.


그래도 난 매일 꾼다.

감시병 몰래 꾹 눈 감고

“자유란 게 뭔지나 보자…”


쌀밥에 고깃국 먹는 것도 좋지만


나는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그 세상이 진짜 꿈이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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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니스트의 시 평론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 자유를 꿈꾸는 ‘사투리 서정’의 미학〉


박성진의 시 「꿈도 자유도 몬 가질 땅」은 해학과 풍자가 조심스레 버무려진 북한 현실의 서정적 일기이자, 억눌린 영혼의 내면 독백이다. 이 시는 표면적으로는 유쾌한 사투리와 일상의 장면을 묘사하지만, 그 아래에 흐르는 감정은 절절한 ‘갈망’과 ‘저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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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투리의 미학: 억양 속 진실의 떨림


‘참말로’, ‘아바이’, ‘깔깔이’와 같은 북한 지역 사투리는 단순한 방언적 장식이 아니라, 현실의 생생한 음성을 불러온다. 특히 “저 산 넘으면 세상 다르다”라는 대사는 시적 화자의 오랜 환상을 지탱해 온 ‘전설’이자 ‘허망한 소망’의 은유이다. 이러한 사투리 말투는 시의 정서적 친밀감과 현실성을 동시에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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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학과 풍자의 교차: 웃고픈 현실


“군홧발 밑에 또 으깨졌다”는 표현은 북한의 억압적 현실을 일격에 보여주면서도, 풍자의 칼끝을 유머로 둔갑시킨다. 마치 자유는 ‘깔깔이’ 속에 숨겨놓은 꿈 조각처럼 은밀하고 간절하다.


시인의 역설적 유머는 우리에게 ‘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터지는 복합적 감정을 유도한다. 이는 진짜 풍자의 힘, 정치적 서정시의 정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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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유에 대한 순수한 감각


“나는 /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 그 세상이 진짜 꿈이라요.”

이 마지막 연은 시의 정점이다. ‘쌀밥’이나 ‘고깃국’보다 더 소중한 자유, 바로 말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깨달음이다. 이는 단순한 체제 비판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순수한 감각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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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이 시는 분단 문학의 새로운 해석적 지평을 보여준다. 단순히 체제의 비판을 넘어서서, 인간 내면의 자유에 대한 본능을 다정하고도 서글프게 그려낸다.


사투리를 서정으로 바꾸고, 풍자를 눈물로 바꾸는

이 시는 분단문학의 정점이자, 남북문학 통섭의 실마리로 삼을 만하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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