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남한 라면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그리운 남한 라면



*** 박성진 시인의 해학시


《그리운 남한 라면》


> 장마당에서 본 그 라면

붉은 봉지 속 환한 기름

치즈 맛, 김치 맛, 해물까지

무슨 라면이 이리도 많다냐

우린 국물만 한 숟갈이다


남한 냄새난다고 걷어갔지만

그 냄새가 자꾸만 밥맛 돌고

국경 너머 달리는 바람결에

라면 향기 따라 꿈도 흐른다

나는야 지금도 면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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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면발 속에 흐르는 자유의 향기”


1. 그리움과 결핍의 이중 구조

이 시는 단순한 음식 그리움을 넘어서, 남한 라면을 매개로 한 자유와 풍요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다. 시인은 남한 라면을 실재하는 물질로 그리지 않고, **‘냄새’, ‘향기’, ‘꿈’**이라는 감각적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그것이 단순히 먹거리가 아닌 이념 너머의 희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2. 북한 현실의 해학적 묘사

“우린 국물만 한 숟갈이다”라는 대사는, 현실을 풍자적으로 압축한 명문이다. 이는 실제로 식량난 속에서 희망을 빼앗긴 민중의 허탈한 일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체제의 모순을 자조하는 해학으로 읽힌다. ‘한 숟갈’의 국물마저 풍요의 상징으로 바라보게 되는 결핍의 아이러니가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3. 자유를 향한 면발의 상징성

“면발을 꿈꾼다”는 마지막 구절은, 면이 단순한 음식이 아닌 풀려나고 싶은 얽힘, 떠나고 싶은 삶의 갈망을 함축하고 있다. 면발이 끊기지 않고 길게 이어지듯, 시 속 화자의 꿈 또한 자유롭게 흐르는 삶의 연속성을 갈망한다.

또한 “국경 너머 바람결에 라면 향기”라는 표현은, 차단된 체제 안에서도 바람처럼 스며드는 남한의 상징성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명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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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그리운 남한 라면〉은 음식에 대한 향수 너머, 봉쇄된 삶 속에서 자유를 염원하는 북한 민중의 목소리를 섬세하고 절묘하게 담아낸 시다.

박성진 시인의 이 시는 음식 풍자 시의 한 장르를 개척하면서, 동시에 남북의 현실적 간극을 짧은 시어 속에 절절히 담아내는 미학적 성취를 보여준다.

시를 읽는 독자에게는 웃음과 함께 가슴 밑바닥에서 차오르는 공감과 통곡이 동시에 스며든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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