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
남한 치킨의 꿈
■
*** 박성진 시인의 해학 현대시조
■
《남한 치킨의 꿈》
> 장마당 TV 속 닭다리
기름이 번지르르하네
통닭이 날개 펴고 날아든다
북녘 땅 껍질도 없는
닭죽 한 그릇 슬픈 저녁
뼈 없이 사라지는 주체닭이여
하루는 꿈에서조차
양념에 묻혀 나온다
남조선 치킨이여, 내 배꼽의 꿈
*** 평론: “치킨은 날개, 꿈은 자유”
1. 음식 그 이상의 은유
박성진 시인의 시조 《남한 치킨의 꿈》은 단순한 음식 풍자가 아닌, 자유와 풍요를 갈망하는 북한 주민의 내면을 치킨이라는 은유로 표현한 시다.
특히 닭다리와 날개, 양념, 기름기 등 남한 치킨의 상징은 단순한 맛의 욕망을 넘어서 자본주의적 자유와 다양성에 대한 동경으로 번역된다.
2. 장마당과 TV 속 남한의 환상
첫 연에서 “장마당 TV 속 닭다리 / 기름이 번지르르하네”는, 불법 유입된 한류 콘텐츠나 광고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남한 문화를 표현한 것이다.
이 닭다리는 실제 먹는 음식이 아닌, 화면 속의 이상향이며, “통닭이 날개 펴고 날아든다”는 표현은 자유의 사절단처럼 환상적이고 풍자적인 이미지로 재현된다.
3. 현실의 결핍과 모순
둘째 연에서는 “껍질도 없는 닭죽”, “뼈 없이 사라지는 주체닭”이라는 표현을 통해 북한 식생활의 척박함과 체제 선전의 공허함을 동시에 꼬집는다.
주체닭이라는 조어는 체제 이념으로 조작된 음식의 상징, 즉 실체 없는 선전의 비애를 함축하며, 그 현실적 결핍을 풍자적으로 극대화한다.
4. 치킨을 통한 남조선 동경의 절정
마지막 연은 희망과 슬픔이 뒤섞인 판타지적 감성의 정점이다.
“양념에 묻혀 나온다”는 구절은 단순히 치킨 맛을 꿈꾸는 것만이 아니라, 현실을 넘어서고자 하는 무의식의 갈망을 드러내며,
“남조선 치킨이여, 내 배꼽의 천사야”는 익살스럽지만 절절한 고백이다. 배꼽은 배고픔의 상징이자 생명의 중심이며, ‘천사’는 구원의 은유이다.
결국 치킨은 맛이 아니라, 구원의 이미지가 된 셈이다.
---
총평
《남한 치킨의 꿈》은 치킨이라는 대중적 아이콘을 통해,
북한 주민의 생존과 자유의 꿈, 남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체제에 대한 해학적 조롱까지 아우르는 품격 있는 해학시조이다.
박성진 시인은 풍자의 날을 웃음의 깃털에 감싸 독자에게 웃음을 주고, 동시에 체제와 삶의 진실을 깨닫게 한다.
현대 시조의 형식으로 북한 현실을 정밀하게 풍자하면서도,
절제된 언어 속에서 울컥하는 인간적 진심을 담아낸, 현대 분단 해학시조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박성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