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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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아이의 통닭의 꿈
현대시조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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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아이의 통닭의 꿈》 – 박성진
> 하루 세끼 죽죽 죽이
뚝배기 밥인 줄 알았소
돼지기름 한 점에
눈이 번쩍 떠졌는데
남조선 통닭이란 것,
그건 하늘 음식이더이다
형아는 비밀처럼
어제 장마당에서 봤대요
냄새로 만도 배불러
손가락만 빨다 잤소
꿈에서는 닭다리를
두 손으로 꽉 잡았소
엄마는 통닭이 뭐냐며
한숨만 두 눈 가리셨소
"너무 말 말아라,
벽에도 귀가 있단다"
벽에 귀가 붙었으면
통닭 냄새도 들었겠지요
***평론: 장마당의 통닭과 벽의 귀 – 가슴 시린 해학의 미학
1. ‘통닭’이라는 환상의 상징성
‘통닭’은 남한 음식 중에서도 북한 주민들이 특히 ‘꿈처럼’ 여기는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기름에 튀겨진 육즙의 냄새, 바삭한 껍질, 그리고 닭다리라는 구체적 이미지는 단순한 먹거리 차원을 넘어서, 자유·풍요·희망의 아이콘이 된다.
2. 아이의 순수한 욕망과 해학의 결합
시의 주인공은 북한 아이이다. ‘죽죽죽’을 ‘뚝배기 밥’인 줄 알았다는 표현은 해학적이면서도 북한 주민의 고단한 식생활을 절묘히 풍자한다. 장마당, 형아의 증언, 손가락만 빠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웃음은 곧 슬픔으로 전이된다. 그것이 바로 해학의 본질이다.
3. "벽에도 귀가 있다"는 공포와 통제
3연에서는 북한 주민의 현실이 날카롭게 드러난다. '벽에도 귀가 있다'는 표현은 정보 통제와 감시사회에 대한 상징이며, 통닭조차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상황은 유머의 탈을 쓴 비극적 리얼리즘이다. 하지만 시인은 ‘그럼 그 귀도 통닭 냄새는 들었겠지요’라고 반문함으로써, 권력의 감시를 아이의 시선으로 무력화시키고 있다.
4. 유머의 뒷면에 깃든 서늘한 비판
박성진 시인의 시조는 북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보다는, 아이의 천진한 말투와 해학적 구조를 통해 은근하고 품격 있게 비판한다. 이는 남북문학의 미학적 교차지점에서, 풍자의 강도를 유머로 정화하면서도 독자에게 질문을 남기는 윤리적 시조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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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시조 「북한 아이의 통닭의 꿈」은 해학의 미학으로 슬픔을 견뎌내는 법을 가르친다.
웃음을 머금은 이 시조 한 편은,
자유를 모르는 아이의 입에서 나온 통닭이라는 말 한마디로,
통일 담론보다 더 뼈아픈 현실 인식의 통로가 된다.
박성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