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라섬의 고요

박성진 여행작가

by 박성진

주라섬의 고요



서정시: 주라섬의 고요


박성진 시인


바람은 매일 이별을 반복하고

사슴의 눈빛이 숲을 적신다

안개의 어깨에 기대인 작은 통나무 집 하나


외로움은 풍경이 되고

조용히 숨 쉬는 바다 위에

오웰의 문장이 떠오른다


사람보다 말 없는 짐승이 많아

섬은 말을 아끼는 법을 안다

그 침묵이 나를 안는다





시 평론: “말 없는 섬, 말 많은 문장”


박성진 시인의 「주라섬의 고요」는 황량함을 감정적으로 품은 공간, **'존재의 고요 속에서 삶을 다시 묻는 섬'**이라는 주라섬의 본질을 서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1. 첫 연은 반복되는 **“바람의 이별”**로 섬의 일상을 은유한다. 이곳의 바람은 단순한 기후가 아니라 ‘변화 없는 고독’의 상징이며, 사슴의 눈빛은 섬이 가진 정적인 감정을 눈물처럼 묘사한다.


> “사슴의 눈빛이 숲을 적신다”는 표현은 시인이 자연과 감정을 연결하는 정교한 관찰자의 시선을 보여준다.





2. 둘째 연에서는 ‘외로움이 풍경이 된다’는 결정적 진술이 등장한다. 이는 자연의 한 조각으로 자리한 외로움의 형상화이며, 바로 그 위에 **“오웰의 문장”**이 떠오른다. 작가는 이 섬에서 인류의 가장 절박한 정치적 경고를 써냈지만, 이 시는 그 경고조차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 오웰의 『1984』는 억압과 감시의 상징이지만, 여기선 고요한 바다 위에 “문장처럼” 떠오른다.





3. 마지막 연은 시인의 자기 고백이자 자연과의 동일시다. “사람보다 말 없는 짐승이 많아”라는 구절은 자연의 언어가 인간보다 깊고 오래된 통찰을 담고 있음을 의미하며, 주라섬은 그 침묵으로 시인을 안아주는 존재로 재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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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박성진 시인의 이 시는 단순한 풍경의 묘사를 넘어, 침묵과 고독이 언어로 치환되는 시적 공간을 창조한다. 주라섬은 더 이상 외진 섬이 아니라, **“말을 아끼는 법을 아는 존재”**로 우리 앞에 선다. 이 섬을 떠난 자는 더는 말이 필요 없으며, 남은 문장 하나로 세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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