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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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모도의 숨결
서정시
〈코모도의 숨결〉
– 박성진 시인 창작
붉은 해 짓는 바다 위에
코모도의 실루엣 걸린다
거대한 숨결,
무게감 있게
푸른 숲을 가로지른다
검붉은 눈빛의 침묵 속에
문명의 시간은 사라지고
한 마리 신화가
모래 위를 걷는다
평론: 〈코모도의 숨결〉 – 원시의 낭만, 시의 정령으로 태어나다
이 시는 단순한 여행 시가 아니다. 인간 중심의 시간에서 벗어나, ‘코모도의 숨결’이라는 원초적 이미지로 새로운 존재의 시간을 감각하게 한다.
첫 연의 "붉은 해 짓는 바다"는 낙조의 전경이자 코모도섬 특유의 색감을 형상화한다. “실루엣”과 “무게감 있는 숨결”은 코모도 드래건이라는 생물의 상징성을 너머, 섬 전체가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환원된다.
2연에서는 ‘문명의 시간은 사라지고’라는 구절을 통해 인간의 흔적을 지우고, 오직 ‘신화’만이 모래 위를 걷는다. 이 장면은 시간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원시의 침묵을 복원하는 순간이며, ‘검붉은 눈빛’은 야생의 미학을 고요하게 응시하는 시인의 시선이다.
이 시는 세계 끝의 섬에서 태초의 감각을 복원하려는 서정적 모험이자, 인간 없는 시간 속에서 ‘살아 있음’의 의미를 되묻는 자연시다. 박성진 시인의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는 서정적 구성력이 절정으로 발현된 작품이다.
박성진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