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시인의 여행
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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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불시착: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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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편 〈여우는 이제 DM으로만 대답한다〉
박성진 지음
> “길들여 줘, 부탁해”
하자 여우 말하더라
“아쉽지만, 콜라보 먼저 제안해 줘”
인터뷰 스케줄에
광고도 두 개 잡혀
따로 연락하려면 DM 보내 달란다
왕자는 이해 못 해
눈 맞추고 싶을 뿐
여우는 ‘콘텐츠’로 자신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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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여우는 이제 DM으로만 대답한다〉**는 『어린 왕자』 속 명장면 “길들여줘”의 아름다운 장면을 21세기 현실로 통쾌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이 시조에서 여우는 더 이상 순수한 교감의 대상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 PR 중심의 인물로 재해석된다. “콜라보”와 “광고 스케줄”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이제 여우는 ‘길들여지는 관계’보다 ‘기획되는 관계’를 선호한다.
3연에서 왕자의 당혹스러운 표정은 곧 현실 속 순수한 감정을 가진 이들의 혼란을 반영한다. 더 이상 눈빛으로 마음을 나누지 않고, 프로필 속 콘텐츠로만 관계를 맺는 시대의 씁쓸함을 재치 있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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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사막에서 여우는
더 이상 “네가 내게 특별해”라 하지 않습니다.
대신 말합니다.
“내 채널 구독은 했니?”
우정은 이제
구독과 좋아요 버튼 뒤에 숨었습니다.
어린 왕자도 이제 배웁니다.
눈빛보다 ‘알고리즘’이 강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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