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은 무언가를 요구했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박성진 시인의 모험, 여행, 세계로



《사막의 불시착: 어린 왕자》


제6편 〈뱀은 자소서를 요구했다〉


박성진 지음


> “죽음이란 건 뭘까?” 묻자

뱀이 미소 지으며

“그전에, 지원동기 먼저 밝혀보시죠”


“넌 왜 떠돌고 있나

강점은 어떤 점인가

리더십 경험도 곁들여 주면 좋겠네”


왕자는 고개 숙여

별을 꺼내 보여줬다

뱀은 말했다, “이건 스펙이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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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뱀은 자소서를 요구했다〉**는 죽음과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던 『어린 왕자』 속 상징 ‘뱀’을, 이력 중심 사회의 면접관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1연에서 뱀은 철학적 질문 대신 형식적인 절차부터 요구하며, 진심보다 체계를 먼저 따지는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2연에서는 흔히 접하는 자소서 문항들(지원동기, 강점, 리더십 등)을 통해 뱀의 언어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또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3연은 어린 왕자가 보여준 ‘별’이라는 상징을 뱀이 “스펙이 안 된다”라고 말함으로써, 진정한 가치가 무시당하는 세계의 아이러니를 담아낸다.

이는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원작의 철학을 현대적으로 날카롭게 풍자한 시적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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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죽음을 말하고 싶었지만,

세상은 자소서를 원했습니다.

별을 꺼내 보였지만,

그건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탈락했습니다.


어린 왕자는 이제 압니다.

이 세상에서 진심은

가끔 ‘기록 불충분’으로 분류된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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