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80주기 특집 9편

박성진 칼럼니스트

by 박성진

기억의 우주, 사유의 별자리



윤동주 80주기 특집 평론 9


〈별 헤는 밤〉 ― 기억의 우주, 사유의 별자리


박성진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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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 전문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는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가 죽고서도

내 마음은 따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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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평론


“별 하나에 윤동주의 우주가 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은 단지 서정시가 아니다.

이 작품은 기억과 존재, 추억과 부끄러움, 죽음과 따뜻함이 뒤섞인

윤동주 내면 우주의 정밀한 별자리도다.


그는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을 보며,

가을이라는 시간의 외피 속에 내면의 별을 심는다.

별은 단순한 빛의 상징이 아니라,

사랑, 슬픔, 시, 어머니, 그리고

이름을 부르고 싶었던 사람들의 총체적 기억이다.


가장 중요한 시구는 다음과 같다.


>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 내 이름자를 써보고, /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이는 시인의 존재론적 자취와 그 흔적의 소멸을 상징한다.

그는 “자기를 부른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면서도

자기 이름은 땅에 묻는다.

이것은 윤동주의 **‘부끄러움의 미학’**이며,

자기를 잊음으로써 타인을 기억하는 윤리다.




그는 결코 비관하지 않는다.


> “내가 죽고서도 / 내 마음은 따뜻할 것입니다.”

죽음 이후를 ‘따뜻함’으로 말하는 시인은

오직 윤동주뿐이다.

이 마지막 고백은 시가 삶을 넘어서

영원한 감응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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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늘의 독자에게


〈별 헤는 밤〉은 한국 현대시의 중심 좌표이자,

윤동주 시 정신의 총체적 표현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이 시를 읽는다면

슬픔보다는 기억의 윤리, 부끄러움보다는 따뜻함에 주목해야 한다.

윤동주는 별을 통해 이름 없는 존재들의 빛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자기 이름을 묻는 겸허함으로 완성된다.


오늘의 독자도 어쩌면

윤동주처럼 “별 하나에 사랑”을 담아

기억할 이름, 잊어야 할 자기 이름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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