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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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의 고백, 기억의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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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80주기 특집 평론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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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추억〉 ― 고요 속의 고백, 기억의 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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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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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 전문
〈사랑스러운 추억〉 – 윤동주
꽃이 피누나.
길을 가다가 문득 쳐다보니
어디서 왔는지 모를 나그네가
내 마음속에 들었소.
새가 울고
구름이 흐르고
산허리에 산 그림자 움직이듯
고요히 잊었던
사랑스러운 추억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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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평론
“기억의 조용한 복원, 슬픔마저 사랑하는 시인의 눈”
윤동주의 〈사랑스러운 추억〉은 전면의 저항도, 고난의 서사도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윤동주 시의 또 다른 진경(眞景)**이 드러난다.
이 시는 “고통을 말하는 대신, 고요히 기억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억압된 시대 속 자유로운 내면의 회복 시도로 읽을 수 있다.
첫 행 **“꽃이 피누나.”**는 단순한 감탄이 아니다.
그것은 동요하던 마음이 잠시 멈춰 선 순간이며,
마음속 나그네는 바로 잊고 있던 자아의 일부다.
윤동주는 외부 현실이 아닌 내면의 풍경을 그리며
고통스러운 시대에 잃지 않으려는 것을 더듬듯 복원한다.
가장 중요한 시구는 다음이다.
> “고요히 잊었던 / 사랑스러운 추억 하나.”
이 ‘사랑스러움’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상처조차 ‘사랑스러움’으로 품는 윤동주적 미학이다.
그는 기억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고,
잊혔던 것을 고요히 다시 불러냄으로써,
마침내 그것을 존엄한 것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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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늘의 독자에게
윤동주가 이 시에서 회상한 ‘사랑스러운 추억’은
단지 개인적인 연애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박해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이며,
침묵 속에서 자라나는 기억의 윤리다.
오늘의 독자들은 너무 큰 목소리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윤동주는 고요함 속에서 삶을 말한다.
말하지 않는 기억,
소리 없는 사랑,
잊혔지만 아직 살아 있는 자아 —
그것이 바로 윤동주가 이 시에서 건넨 작은 꽃 한 송이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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