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문학 평론 제1편

박성진 윤동주의 시에서부터

by 박성진

박성진 칼럼니스트



박성진 칼럼니스트의 분단문학 평론 제1편


『참회록』의 그림자 ― 윤동주의 시에서 분단문학이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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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조 원문


〈죄 없는 죄〉 / 박성진


> 부끄럼이 뼛속까지

차가운 날을 긋는다

말끝마다 목이 메어


내 그림자 스스로를

검문소 삼아 세운다

선이 된 죄, 말이 없다


바람 불어, 철조망도

울먹이며 나를 본다

죄가 없다, 그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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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참회록』의 그림자 ― 분단 이전의 분단문학


윤동주의 「참회록」은 해방 이전에 써진 시다. 그러나 이 시는 **‘분단문학의 무의식’**이라 부를 만큼 강력한 예지적 깊이를 지닌다. 그가 말한 ‘죄 없는 죄’는 단순한 기독교적 고백이나 소시민의 회한이 아니다. 그것은 민족이라는 ‘우리’가 분열될 운명을 안고 살았다는 사실에 대한 **윤리적 충격(ethical trauma)**이다.


그의 시에서 느껴지는 **부끄러움(羞恥)**은 존재론적이다.

이는 외부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내면의 전선(戰線)**을 직면한 결과이다.


“나는 죄를 지었습니다 / 남의 주리를 틀 때 / 나는 방관하였습니다”

이 고백은 뒤이어 일어날 ‘이데올로기의 광풍’ 앞에 서 있는 예언자의 음성과 닮았다.

죄(罪)도 없고, 변명도 없으며, 다만 살아 있음 자체가 죄인 것이다.

이러한 **존재의 윤리(Ethics of Being)**야말로, 분단 이후 문학이 잊고 있었던 핵심이 아니었던가.


윤동주는 분단 이전의 분단문학자이며,

그의 언어는 이념이 아니라 **양심의 언어(language of conscience)**였다.

그는 어느 진영에도 서지 않았고, 대신 **그림자에 선 자(陰者)**로 남았다.

그가 말한 '참회'는, 우리가 70년 넘게 미뤄온 통일을 향한 정신적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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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해설: '내면의 검문소' ― 분단문학의 윤리적 출발선


1. 시의 구조와 상징


3연 구성으로 전통 시조의 형식을 빌리되, 현대적 이미지와 감각어로 변형


1연: 부끄러움이 생리적 반응을 넘어서 존재의 흔들림으로 표현됨


2연: “그림자”는 자기 자신, “검문소”는 내면의 분단


3연: 철조망도 감정화됨. “죄가 없다, 그러나 있다”는 이중 부정의 아이러니



2. 핵심 개념어


죄 없는 죄(無罪之罪): 책임이 부재한 시대의 책임


검문소(檢問所): 단지 군사적 공간이 아닌 자기 성찰의 공간


철조망(鐵條網): 물리적 경계이자, 인간 내면의 분열 상징



3. 시대적 배경과 현재성


시는 2020년대의 남북 정세에도 적용 가능하다.

남북은 군사적으로는 휴전 상태지만, 언어적으로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말끝마다 목이 멘다”는 표현은 표현의 자유조차 자기 검열로 봉인된 현실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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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는말: '자기 고백 없는 통일은 없다'


박성진 시인의 현대시조는 윤동주 시가 열어둔 자기 성찰의 통로를 오늘의 언어로 계승한다.

분단문학은 더 이상 포연과 총성의 서사가 아니다.

이제는 내면의 부끄러움과 무감각을 돌아보는 시적 윤리의 문학이어야 한다.


윤동주의 ‘참회’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가 다시 묻는, 통일 이전의 자격,

즉 **“우리는 무엇을 부끄러워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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