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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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남과 북'분단의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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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문학 평론 제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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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남과 북⟫ ― 분단의 허실을 가로지르는 문학의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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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칼럼니스트 평론
《사선(死線)을 건너는 사람들》 – 박성진
철조망 그림자 아래
누가 숨 쉬고 있었나
침묵은 말보다 더 깊었다
북녘엔 굶주린 시선
남녘엔 탐욕의 무기
한반도 양쪽 다 울고 있다
언젠가 흙이 묻히면
남과 북 다르지 않다
눈물은 이념을 알지 못해
《황석영의 ⟪남과 북⟫ ― 분단의 허실을 가로지르는 문학의 발언》
박성진 (문학평론가)
황석영은 늘 국경과 이념의 경계를 넘나든 작가였다. 그의 ⟪남과 북⟫은 단지 ‘남북관계’를 묘사하는 정치소설이 아니라, ‘분단 이후의 사람들’에 대한 복합적 서사이다. 이 작품은 남북 모두의 내부를 해부하듯 들여다보며, 냉전의 잔재가 어떻게 체제의 언어와 인간의 삶에 침윤되었는지를 실감 나게 묘사한다.
황석영의 강점은 현장성과 인간성의 이중 초점(focus)에 있다. 그는 북한 내부의 변화와 고통을 날카롭게 묘사하면서도, 그것을 ‘악의 체제’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그 대신 굶주림, 검열, 눈치, 연대, 생존 등으로 구성된 ‘삶의 조건’ 속에서 움직이는 인간들을 조명한다. 남한 또한 예외가 아니다. 자본주의와 반공주의, 성장 이데올로기가 인간을 소외시키는 구조는 남한 내부에서도 반복된다.
소설은 문학과 르포르타주의 경계를 넘나 든다. 이는 reportage에서 fiction으로의 전환, 즉 현실의 기록을 문학으로 승화하는 통로다. 황석영은 ‘보았다, 들었다’는 증언을 ‘살아보았다’는 문학의 진술로 확장시킨다. 그것은 ‘문학적 윤리’이며, 동시에 ‘기억의 기술’이다.
⟪남과 북⟫은 이렇게 말한다.
“분단은 선이 아니라 조건이다.”
그 조건 아래서 사람들은 침묵하거나, 속이거나, 견디거나, 달아난다. 이 모든 인간적 행위들이 문학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황석영은 그 사실을 안다.
문학적 키워드 요약
개념 설명
분단 이후 인간상 이데올로기에 길들여진 존재가 아닌, 제도 밖으로 밀려난 개인들
현장성 vs 문학성 취재된 현실을 문학적 내면화로 재구성
탈이념의 서사 체제를 고발하지만, 인간을 구제하는 문학
‘북한’의 재서술 환상이 아니라 ‘삶’의 복잡성으로서의 북한
분단문학의 진화 통일만을 외치는 문학에서, 공존을 묻는 문학으로의 전환이다
● 정리하며
황석영의 ⟪남과 북⟫은 분단문학이 더 이상 단선적 구호나 통일을 위한 선전물이 되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학은 체제를 넘어서 ‘살아가는 존재’ 자체에 대한 기록과 질문이 되어야 한다. 그 질문을 잊지 않는 한, 이 소설은 오늘도 분단을 건너는 독자에게 말 걸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