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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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접은 사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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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문학 현대시조 제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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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접은 사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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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지음
> 사전마다 빈칸 있다
평양 말은 사라지고
이름마저 지워진 채 너는 어디 숨었느냐
어머니는 말 못 하고
아이들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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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1. 언어의 분단: 사전과 침묵
이 시의 첫 행, “사전마다 빈칸 있다”는 구절은 분단 이후 언어의 단절과 소멸을 암시한다.
남북은 같은 말을 사용하지만, 서로의 언어를 지우고 배제하며 ‘사전’에서조차 상대의 존재를 삭제했다.
‘평양 말’이 사라진다는 표현은 곧 북한 말이 남한에서, 남한 말이 북한에서 검열당하는 현실을 의미하며, 이는 언어의 이념화를 고발하는 시인의 시선이다.
2. 이름 없는 존재: 존재의 말소
“이름마저 지워진 채 너는 어디 숨었느냐”는 질문은, 실향민·이산가족·납북자 등 실재하는 역사적 인물들의 상실된 정체성을 애도하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의 역사와 사전에서조차 지워진 존재이며, 시인은 그들을 다시 부른다.
그 “너”는 우리 민족 전체일 수도 있고, 한 개인일 수도 있다. 이 시는 존재의 회복을 위한 언어의 부름이다.
3. 세대의 침묵: 어머니와 아이들
마지막 연에서는 ‘말 못 하는 어머니’와 ‘말이 없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이는 단지 과거의 상처를 은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가 세대 간 침묵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경고하는 장면이다.
이 시조는 단절을 넘어서려는 의지 대신, 침묵을 강요받고 대물림 하는 분단의 유전학을 드러낸다.
박성진 시인은 여기서 **“이념보다 깊은 상처는 언어의 사라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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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분단문학, 침묵 속 언어의 문학
이 시는 언어라는 프리즘을 통해 분단의 고통을 새롭게 조명한다.
사전의 빈칸, 지워진 이름, 입을 다문 세대는 이념이 지운 언어의 실루엣이다.
분단문학은 더 이상 총칼의 문학이 아니라, 기억과 언어의 복원 작업임을 강조한다.
이 작품은 말해지지 않은 역사 속 침묵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시적 기록이며, 한국 분단문학의 뿌리 깊은 고백이다.
박성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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